등록 : 2019.09.16 09:25
수정 : 2019.09.16 09:53
급변하는 미래 일자리 지형
생명·안전 직결 드론·자율주행차
보급될수록 모니터·운용인력 증가
완전 자동화 아닌 ‘기계-인간 공존’
|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미 공군의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지만 프레데터 1대를 운용하기 위해선 직접 관제요원 55명을 포함해 168명의 운용요원이 필요하다. 사진 위키미디어 제공.
|
“열한 살짜리 아들이 2020년엔 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 애가 그럴 일이 없게 하는 게 바로 구글의 목표입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총책임자였던 크리스 엄슨이 2015년 테드 강연회에서 5년 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약속하며 내건 비전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2015년 7월 “2019년이 되면 사람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측은 부분적으로 실현됐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웨이모는 2018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제한적 이용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 상용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도로 주행 1600만㎞(1000만마일)를 돌파한 데 지난 4월에는 가상주행 거리 160억㎞(100억마일)를 돌파했다. 사실상 무사고 기록이다. 자율주행차가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석엔 사람이 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엔 엔지니어가 항상 탑승하며, 주행 테스트 중인 모든 자율주행차에도 운전자가 타고 있다. 현행 법규가 자율주행차의 무인주행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사람 역할이 필요한 탓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 기술 발달은 전에 없는 일자리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는 보고서가 넘쳐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발표한 ‘2019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28개 회원국들의 노동자 45.6%가 실직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기계가 주차, 주문, 결제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드론을 이용한 배달, 순찰용 보안로봇, 창고의 물류로봇, 상점의 재고검사로봇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1일 ‘미래 인기직업:로봇처럼 일하기’ 기사를 통해 자동화가 바꾸고 있는 직업 세계를 전했다. 자율주행차에 여전히 사람이 타고 있는 것처럼, 자동화는 노동자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직업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요지다.
미국에서 급속확산되고 있는 배달서비스 대표기업 포스트메이트의 창업자인 바스티안 리먼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우리 고용인력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마지막 1마일’은 자동화 물결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나 개인차량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주차관리나 건물 보안 같은 업무가 속속 무인화하고 있지만, 100% 무인화는 아니다. 감시카메라와 인터폰을 통해 원격관리하는 담당 직원이 있는데 한 사람이 전보다 여러 장소를 동시에 관리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자율주행차처럼 안전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무인화에도 인력 수요가 줄지 않는다. 아이슬란드에서 영업 중인 드론배달업체 플라이트렉스는 현재 직원 한 사람이 드론 1대를 담당한다. 이 업체 대표는 “결국 한 사람이 동시에 드론 10대를 운용하겠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직원 한 사람이 드론 1대만을 눈을 떼지 않고 모니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일찌감치 드론을 도입, 운용한 미국 공군에서도 확인된 사례다. 미 공군은 에프16(F16) 전투기 1대당 100명 미만의 운용인력이 필요했는데, 무인정찰기 프레데터 1대를 운용하기 위해선 168명의 지원인력들을 할당해야 했다. 직접 관제요원은 55명이고, 나머지는 정비, 자료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드론이 제공하는 정보량은 엄청나서 미군 전체적으로 자료 처리, 분석 업무에만 6.5만~7만명이 투입되는 등 기존 전투기보다 더 많은 운용인력이 요구된다는 게 여러 해 전 미 공군 발표로 알려졌다.
팬텀오토는 자율주행차의 원격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 업체는 자율주행차 성능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악천후나 긴급 도로공사 등 인간의 감독과 제어가 필요한 상황이 있으므로 원격제어가 필수적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업체는 기존 운전기사를 훈련시켜 자동차 원격제어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