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31 07:59
수정 : 2019.12.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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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은 201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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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 2019’ 보고서
3.4개월마다 2배씩 향상…30만배 좋아진 셈
미국 인공지능 일자리 비중 10년새 5배 껑충
퀴즈쇼서 컴퓨터게임까지 인간 잇따라 물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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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은 201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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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는 명실상부한 인공지능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를 입증할 지표들이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국제컨설팅그룹 맥킨지 등과 공동으로 작성해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 인덱스 2019 연례 보고서'(The AI Index 2019 Annual Report)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7배나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연구원 고든 무어가 1960년대에 처음 주장한 것으로, 컴퓨터 칩의 성능(연산 능력)이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2012년 이전에는 무어의 법칙과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그 이후 가속도가 붙어 지금은 3.4개월에 두배씩 늘어나고 있다. 무어의 법칙대로였다면 7배에 그쳤을 것이 30만배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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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속도는 2012년을 전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OPEN 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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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힘입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극적으로 단축됐다. 클라우드 기반에서 대형 이미지 분류 시스템 `이미지넷'을 훈련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년 사이에 180분의 1 수준으로 짧아졌다. 2017년에는 3시간이 걸리던 것이 2019년 7월 현재 8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비용도 수천달러에서 수십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도 뚜렷하게 높아졌다. 보고서는 1400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공공 데이터세트인 이미지넷의 식별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는 85%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의 62%에 비해 껑충 뛴 것이다. 기계번역에선 실제 업무에 이용할 수 있는 기계번역 시스템 수가 2017년 8개에서 2019년엔 24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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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넷 훈련에 걸리는 시간이 2년 사이 3시간에서 1분30초 정도로 줄었다. AI인덱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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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인공지능 관련 직업 수의 변화다. 보고서는 2010~2019년 9월 기간 중 취업정보 사이트 `인디드'의 채용 정보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인공지능 일자리의 비중이 2010년 이후 5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6%에서 1.32%로 높아졌다. 여전히 비중이 작긴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 개발에 직접 관련 있는 기술 부문만을 집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아 강화되고 재편되는 일자리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에 한정해 분석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추세일 것으로 짐작된다.
인공지능 기술직 중에서 구인공고의 선두 부문은 머신러닝(인공지능 일자리의 58%)이었다. 이어 인공지능(24%), 딥러닝(9%), 자연어처리(8%) 차례였다.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딥러닝이다. 2015~2018년 사이에 12배가 늘었다. 이어 인공지능이 5배, 머신러닝이 4배, 자연어처리가 2배 늘어났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보수도 껑충 뛰었다. 영국의 벤처캐피탈펀드 MMC벤처스 집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2018년 미국 기준)은 22만4천달러(2억6천만원)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치 10만4480달러(1억2천만원)의 2배를 웃돈다.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연평균 50%씩 늘고 있다. 2018년 400억달러(46조원)를 넘어섰다. 돈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차 부문이다. 2018년 77억달러에 이르렀다. 이어 의료 연구와 안면 인식이 47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로봇 자동화(10억달러)와 공급망 관리(5억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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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이비엠의 인공지능 왓슨은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인간 퀴즈왕을 물리쳤다. 아이비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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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 최고수 간의 대결 역사는 인공지능의 성장을 가장 알기 쉽게 보여준다. 1997년 아이비엠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치면서 시작된 일련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은 딥러능의 등장과 함께 지난 10년새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11년 퀴즈쇼 `제퍼디'를 시작으로 2015년 아타리 게임(벽돌깨기), 2016년 바둑, 2017년 피부암 진단, 2017년 음성인식과 포커에 이어 2018년 중국어-영어 번역과 온라인게임 `도타2', 단백질 합성을 거쳐 2019년 6인조 포커, 스타크래프트2에 이르기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잇따라 최고수급 인간을 제압하거나 대등한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출중한 실력을 발휘한 인공지능은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를 아무리 잘 하는 인공지능도 체스판 앞에 서면 초보선수다. 유방암을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인공지능이 폐암을 정확히 진단해내기는 어렵다. 계산력과 분석, 추론 능력이 월등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일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건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위력을 결정하는 건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절한 용도로 쓰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강력해질수록 인간의 판단력이 더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가치가 강조돼야 하는 이유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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