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5 19:07
수정 : 2020.01.06 02:34
일본의 비합리적인 수출 규제로 인해 일본 여행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 배경으로 여행 효과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요즘 젊은층이 여행을 하는 주된 목적의 하나는 여행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인데 일본 여행은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즐겁게 여행을 해도 사진 공유가 어려운 상황이니 여행의 재미와 동기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하다’는 새로운 단어가 있다. 여행 사진, 맛집 사진, 아기와 동물 사진 등이 주로 올라오는 사진 위주의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 적당하다는 의미다. <가상은 현실이다>의 작가 주영민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이란 타인에게 ‘좋아요’ 받는 것을 지향하는, 완벽한 피상성이 지배하는 삶”이자 “주관성을 포기한 삶, 사회적 인정에 대한 집착이 이끄는 삶”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이버공간은 편리함을 가져오고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했지만 지나칠 경우 현실을 압도하거나 왜곡한다.
조지타운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면 숙고해봐야 할 조언과 관점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 지나칠 정도로 빠져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고 기술의 설계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기술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이용자들의 심리와 반응체계를 연구하고 취약점을 공략해 디지털 기술에 빠져들게끔 한 전략의 결과라는 얘기다. 정보기술 전문가로서 그가 제시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법은 기술을 외면하거나 버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미니멀리즘’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말처럼, 디지털 기술 사용에서도 더 적은 게 더 낫다는 얘기다.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 구현을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잡다함은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기기와 서비스는 혜택보다 부정적 비용이 더 크다. 둘째,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기술의 최적화를 해야 한다. 셋째, 신기술을 계획적으로 사용할 때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은 헨리 소로를 상기시킨다. 소로는 인생의 본질적인 모습을 만나기 위해 호숫가로 갔지만 기술을 배격한 게 아니라 마을 주변에 살면서 기술과 문명을 계획적이고 선택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일깨운다. 새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적용해볼 때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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