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4 18:30
수정 : 2020.01.15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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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 동쪽 푸둥신구에 있는 금융중심지인 루자쭈이의 고층빌딩 모습. 상하이/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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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현지서 들어본 진단
기업 과대부채·은행 부실 등 우려
현지 전문가들 “정부가 나서서
국유은행 등 동원해 이상징후 막을 것”
통제권 밖 외환부문이 아킬레스건 될 수도
GDP 대비 외환보유액, 한·일보다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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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 동쪽 푸둥신구에 있는 금융중심지인 루자쭈이의 고층빌딩 모습. 상하이/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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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소식으로 중국 경제를 짓눌렀던 비관론이 점차 걷히고 있다. 중국 경제는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5%에 이르는 등 과다 부채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에서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2년간 성장이 정체되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 1단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신감을 되찾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가(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한달새 6%나 오르고, 국가 신용도 평가지표 중 하나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8년 말 70bp(1bp=0.01%)에서 현재 30bp로 낮아졌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만난 중국 금융계 인사들은 과다한 기업 부채와 부실한 지방정부 재정, 은행 부실 등 구조적 리스크들이 여전하지만 중앙정부의 관리 능력으로 볼 때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상하이사회과학원 산하 국제금융화폐연구센터 저우위 소장은 부채 과다로 대표되는 금융리스크에 대해 “최근 몇년간 리크스 방향이 변화해왔다”며 2015~16년 자본유출에 따른 위안화 절하 및 주가 폭락, 2016~17년 디레버리지(부채 감축) 정책에 따른 기업 자금난, 2017~18년 지방정부 부채 등이 주요 리스크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융자플랫폼을 통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하고, 국유기업은 은행의 출자전환 방식으로 채무 부담을 일정 정도 해소했다”며 “그 결과로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 구호가 ‘체계적으로 금융리스크를 낮추자’였던 데 비해 2019년부터는 ‘개방을 확대하자’로 바뀌었는데 부채 리스크가 완화됐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들은 대부분 정부의 통제 아래 관리 가능하다는 게 중국 금융계 인사들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중국은 중앙정부가 뭐든지 통제할 수 있는 국가관리체제”라며 “금융 이상 징후가 나타나도 중앙정부가 처리하겠다고 하면 국유기업이나 국유은행 등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민은행이 ‘고위험’ 등급 은행이 전체의 13%나 차지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관리가 불가능할 정도면 아예 발표를 안 했을 것”이라며 “자본확충이나 부실채권 인수를 정부 주도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큰 위험요소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제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외환부문에서 단초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4조달러대에서 지난해 말 3조1천억달러대로 감소했다. 환율방어 등에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2010년 46%대에서 지난해 21%대로 낮아졌다. 이는 한국(23%), 일본(2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물론 현재 외환건전성은 양호한 상태다. 관건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007년 9.9%에 달했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에는 0.4%까지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이 비율이 2022년께 소폭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금융시장의 개방 속도다. 미-중 1단계 합의에 금융시장 개방도 포함돼 있지만 개방 속도는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 인사들의 진단이었다. 과거에도 개방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실제로는 비공식적인 장벽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 금융시장 내 외국자본 비율이 3%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금융시장 개방 속도가 느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미-중 간 무역전쟁은 결국에 가서는 금융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금융시장 개방을 서두르다가 위기를 맞은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상하이/박현 기자
hyun21@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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