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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25 19:39 수정 : 2016.01.25 21:59

보육대란 첫 희생타

사립 690여곳…조리사·기사 등도
교육청서 두달치 준다 했지만 불안
“생계 책임지는 사람도 있는데…”

어린이집교사도 30만원 적게 받아
“월급 나왔나” 인터넷서 서로 물어

“보조금 조기집행, 근본대책 아냐”
유치원원장들 26일 교육청앞 집회

대다수 직장인들의 월급날인 25일, 서울 강서구의 사립 ㅇ유치원에서 일하는 송아무개 교사는 결국 1월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날 유치원에서 만난 송 교사는 “교사 생활 10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 14명과 조리사·기사·청소원 등 6명의 직원들은 이날 월급을 못 받았다.

월급날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시교육청이 사립유치원 교원에게 누리과정 지원비와 별도로 지급하는 ‘인건비 보조금’(월 51만원) 2개월치를 선지급한다고 밝혔지만, ㅇ유치원 교직원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송 교사는 “교사들 중에는 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교사들은 당장 월세가 걱정”이라며 “인건비 보조금 두달치라고 해야 102만원밖에 안 된다. 이것도 교사들만 받는 거라 조리사나 기사분들은 해당이 안 돼 유치원 분위기가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690여개 사립유치원 교사 6100여명도 ㅇ유치원 교사들처럼 이날 월급을 받지 못했다.

누리과정 예산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뾰족한 해법 없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현장의 교사들이 제날짜에 월급을 못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누리과정 비용 자부담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는 학부모에 앞서 교사들이 먼저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사립유치원과 비슷한 처지인 민간어린이집은 지역이나 어린이집 상황에 따라 월급날이 다르지만, 이날 월급을 받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경우 평소보다 30만원이 삭감된 월급을 받았다. 민간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누리과정 지원비 29만원(보육료 22만원+방과후지원비 7만원) 가운데 방과후지원비는 지자체가 교사 월급 통장에 ‘누리과정 수당’(30만원)으로 직접 지급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서울·경기 지역 교사들이 서로 월급이나 누리과정 수당이 들어왔냐고 묻는 글이 쏟아졌다. 오후까지는 “기다려보자”는 글이 많았지만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결국 수당이 안 들어왔다”며 체념하는 이들이 많았다. “원장님이 이번달 월급을 50%만 주고 나라에서 예산 편성하면 나머지 50%를 주겠다고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전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서울지회는 이날 오후 늦게 서울지역 민간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이 시각 현재 누리과정 운영비와 담임교사 수당이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문자를 받은 한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차라리 이렇게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야 모두 정신을 차릴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 서울시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사립유치원장들은 2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두번째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 전기옥 수석부회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인건비 보조금 집행으로 마치 급한 불이 꺼졌다고 오도되는 것은 문제”라며 “인건비 보조금 조기 집행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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