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전업주부 차별인가
②문닫는 어린이집 많아질까
③80:20 애초 정부 설계 맞나
④정치권 논의 왜 꼬이나
⑤추가 지원책으로 해결될까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정부의 ‘맞춤형 보육’ 정책이 갈수록 우왕좌왕하고 있다. 엉성한 시범사업과 제도 설계로 어린이집 쪽의 불신을 키운 정부와 뚜렷한 정책 지향 없이 어린이집 반발을 의식하는 정치권으로 인해 혼선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등 어린이집 단체들이 23일부터 집단 휴원을 예고한 가운데, 여야정이 보완대책을 강구하고 나섰지만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부가 검토중인 보완대책은 맞춤반이더라도 기본보육료를 감액하지 않는 방안과 2자녀를 둔 홑벌이 가정도 종일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압축된다. 어린이집 단체들은 7월1일 제도 시행 전에 보완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로선 이런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맞춤형 보육을 도입하더라도 정책 효과가 극히 미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맞춤형 보육 도입 갈등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살펴본다.
■
①전업주부 차별인가■ 맞춤형 보육제도는 부모의 취업 상태나 필요에 따라 보육시간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긴급보육바우처 월 15시간)으로 나누고, 보육료 지원도 그에 맞게 차등화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2013년 1월1일 이후 태어난 어린이집 0~2살반 영유아가 대상이 된다.
정부는 0~2살 영유아의 경우, 부모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나이이고 실제로 홑벌이 가구의 경우 어린이집에 장시간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보건복지부의 ‘2015 보육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미취업모가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긴 시간은 평균 6시간23분이다.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제도가 시행될 경우, 맞벌이 가정 등 종일반 대상으로 자동 통지되거나 별도로 종일반 이용이 필요하다는 증빙서류를 내지 않은 아이들은 ‘맞춤반’으로 분류된다. ‘전업주부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는 대부분이 미취업 주부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업주부들의 다양한 수요를 평균치에 맞추도록 억제해 보육서비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보육 수요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지원하는 맞춤형 보육의 취지가 나름 합리적이지만, ‘줬다 뺐는 식’의 정책 추진으로 비춰지면서 홑벌이 가구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애초 2012년 3월 0~2살 전계층에 대한 무상보육 시행 당시, ‘종일반’으로 일괄 지원하도록 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얘기다. 당시 부모들의 보육 필요와 무관하게 어린이집 이용이 과도하게 늘었다. 2010년 68만명 수준이던 0~2살 어린이집 이용은 지난해말에는 86만명을 웃돌았다.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보육시설 이용에 대한 정부 지원은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
②문닫는 어린이집 많아질까■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맞춤반에 대해서는 정부 보육료 지원이 종일반의 80%만 이루어진다. 0살 기준으로, 종일반은 1인당 82만5천원, 맞춤반은 66만원씩만 지원을 받는다. 맞춤반 비율이 늘어날수록 어린이집 수입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집 단체들은 “문을 닫아야 하는 어린이집이 속출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보육료 지원총액으로는 오히려 맞춤형 보육 시행에 따라, 지난해보다 1083억원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맞춤반 편성으로 깎이는 예산 375억원을 감안하더라도, 보육료 단가를 지난해보다 6% 올려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증액된다는 얘기다. 이런 계산에는 맞춤반에 대해 1인당 월 15시간의 긴급 보육 바우처(전부 사용시 6만원)가 지원되는 점도 반영됐다. 정부는 “종일반은 지난해 보육료 단가에 견줘 6% 오르고, 맞춤반도 3%정도만 깍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쪽은 어린이집 경영난의 배경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 경영이 어려운 것은 무상보육 시행 이후, 어린이집 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010년 3만8021곳이었던 어린이집은 무상보육 시행 직후인 2013년 4만3770곳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4만2517곳으로 다소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어린이집 정원 대비 현원비중(이용률)은 81.1%다. 이에 비해 어린이집 쪽은 “그동안 보육료 지원 수준이 아동에게 적정 수준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보육비용과 차이가 있어서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③80:20 애초 정부 설계 맞나■ 어린이집 쪽의 불신을 키운 데는 정부의 엉성한 제도 설계도 한몫했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 예산을 편성하면서 종일반 비율을 80%로 잡았다. 정부가 지난해 가평과 평택, 김천, 서귀포 등지에서 실시한 시범사업에 근거한 것이었다.
정부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부모가 종일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가평과 김천에서는 맞춤반(6~8시간) 비율이 각각 1.4%와 6.6%에 그쳤다. 특히 가평에선, 맞춤반 운영시간을 오전 7시30분~오후 1시30분으로 제한함에 따라, 맞춤반 신청 비율이 극히 저조했다. 하원시각을 평소보다 너무 빠르게 잡아놓은 탓이다.
서귀포의 경우, 부모의 취업 상태 등 실수요에 따라 신청을 받아서 종일반 비율이 89.1%로 나왔지만 맞벌이 비중이 지역 특성상 높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다시 서귀포와 같은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평택에선 종일반 대 맞춤반 비율이 79%와 21%로 나왔다. 정부의 ‘종일반 비율 80%’는 평택 시범사업 결과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먹구구식 시범사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어린이집 쪽 주장이다.
맞춤반 비율이 높아지면 어린이집의 경영사정은 더 안좋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종일반 신청이 이루어지면 8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맞벌이 등 사유로 자동 통지된 이들이 전체의 43%이며, 16일 현재까지 종일반 신청 비율은 5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종일반이 50%까지 떨어져도 어린이집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 종일반 비율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엔 “보육예산이 오히려 증액됐다”는 주장을 내세우기 어려워진다.
어린이집 쪽은 정부가 종일반으로 자동 분류되는 다자녀 기준을 3자녀로 한 근거도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다. 정부는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기혼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2.38명인 것을 근거로 삼았지만, 가임기 기혼여성으로 좁혀서 출생아 수와 추가계획 자녀 수를 더한 평균치는 1.96명에 그친다.
■
④정치권 논의 왜 꼬이나■ 0~2살 영유아에 대한 전계층 무상보육은 원래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다. 2011년 12월 국회에서 여야가 전격 합의함에 따라, 다음해인 2012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면밀한 검토도 없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맞벌이 부모 등 어린이집 이용이 꼭 필요한 가정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문제가 불거졌다. 일괄적으로 12시간 종일반을 지원하다 보니 어린이집들은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홑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선호했다. 이에 정부는 2012년 9월 종일제와 반일제로 나누고 소득수준별로 차등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0~2살 보육지원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정치권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맞춤형 보육 도입을 추진하면서, 2차 개편 시도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2014년에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 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본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안이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야당 의원들은 “맞춤형 보육이 전업주부와 그 아이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어린이집 운영 악화로 보육난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시행 연기 및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여당도 정부가 어린이집에 대한 추가 지원을 위한 보완대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그렇다고 여야는 정부와 어린이집 단체 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데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지난 16일 여야정이 참석한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에선, 정부가 보완대책을 검토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정치권이 대안적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것보다는 ‘이해 당사자인 어린이집과 충분한 협의를 벌여야한다’는 점만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⑤추가 지원책으로 해결될까♣]■ 현재 정부가 검토하기로 한 보완대책들은 어린이집 단체들이 최소한의 요구로 내걸어온 것들이다. 우선 정부는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금액 82만5천원(종일반 0살 기준) 중 어린이집 운영비로 나가는 돈인 기본보육료는 맞춤반이더라도 20%를 깎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래는 두 종류로 구분되는 보육료 모두를 80%(부모 보육료 34만4천원+기본보육료 31만6천원)씩만 주도록 돼 있다. 기본보육료에 대해 ‘종전 지원금액’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인데,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칠 경우엔 37만2천원, 올해 7월 기준 종일반 기본보육료 수준으로 올릴 경우 39만5천원으로 올려줘야 한다.
정부는 또 종일반의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2자녀 모두에게 허용할 경우 종일반 비율이 95.5%로 오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2자녀 중 첫째가 만 2살 이하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정규직이 아닌 부모가 종일반 신청을 낼 때 필요로 하는 증빙절차도 간소화하는 방안과 표준보육료에 미달하는 보육료 수준을 올리기 위한 중장기 개선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관건은 정부의 추가 대책이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수준이 될지 여부다. 정부로서는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자칫 맞춤형 보육 시행 효과가 미미해지는 결과로 이어져서도 곤란한 상황이다. 종일반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하더라도 0~2살 연령대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어린이집 단체들은 기본보육료 보전 및 2자녀 모두 종일반 허용을 최소한의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있으며, 단체별로 맞춤형 보육 제도 자체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곳(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도 있어, 타결되기까지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