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8 17:05
수정 : 2016.11.08 21:47
미 대선 D-1 주가·유가 등 위험자산 급반등
클린턴의 압승으로 안도랠리 지속 기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쪽에 ‘베팅’을 걸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2%를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2%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에서 ‘위험자산’ 그 자체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기세에 가위눌렸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외환시장에선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미국 달러가 단기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으로 달러 가치가 엔과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이어 열린 8일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5거래일째 이어지며 0.29% 올라 2000선을 가까스로 탈환했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중국과 대만 증시도 0.3%대 상승에 그쳤다.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해 ‘눈치 장세’가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인 원유 가격도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9% 급등한 배럴당 44.89달러를 기록했다.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육성을 강조한 클린턴이 집권하면 환경규제 강화로 미국의 원유 공급이 줄어 유가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급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1.9% 급락한 1278.3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금값은 ‘트럼프 쇼크’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려 트로이온스당 1300달러대를 돌파한 바 있다. 주식시장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미국의 ‘공포지수’인 빅스(VIX)도 급락세로 돌아서 진정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시장에서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2주간 ‘트럼프 리스크’로 하락했던 주가의 되돌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가 많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클린턴 역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재협상을 시사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보호무역 강화는 세계 교역규모 감소로 이어져 신흥국의 수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시장은 무엇보다 클린턴의 압승을 기대하고 있다. 초접전 양상으로 투표 결과 확정이 지연될 경우 트럼프의 선거결과 불복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0년 조지 부시와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에 대한 재검표가 실시되면서 투표일 뒤 36일 만에 개표 결과가 확정되는 바람에 미국 증시가 당시 8%가량 하락했다”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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