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9 17:29
수정 : 2016.11.09 23:29
빗나간 판세 예측, 왜?
저학력 백인 표심은 저평가
지지성향 감춘 ‘부끄러운 표’ 위력
“언론이 귀막고 민심 잘못 짚었다”
‘트럼프는 경합주를 모두 이겨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은 매우 낮다.’
선거를 앞두고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던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들의 예상은 트럼프의 숨겨진 표심 앞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트럼프는 애초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를 가져간 것에 더해, 클린턴의 표밭으로 예상됐던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승리했다. ‘경합주를 모두 이겨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넘어, 경합주에 더해 클린턴 우세 지역까지 이기며 승리를 챙긴 것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깜짝 승리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시엔엔>(CNN) 방송이 공개한 출구조사를 보면, 클린턴이 얻은 흑인, 히스패닉계, 18~29살 청년층 지지율은 각각 88%, 65%, 53%에 불과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흑인 93%, 히스패닉 71%, 청년층 60%)에 견줘 모두 낮아진 수치다. 이 인구층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된다.
반면, 2004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유권자’의 공화당 지지율은 민주당에 비해 23%포인트쯤 높았던 것에 견줘, 이번 선거에서는 이 차이가 약 40%포인트 가까이 늘어나 트럼프의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 선거 전문가 제프 게린은 “미국의 인구 구성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클린턴이 우세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며 “많은 여론조사기관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유권자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의미하는 ‘부끄러운 트럼프 효과’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이날 투표를 마친 1만604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중 75%는 “권력자와 부유층으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미국은 강한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답했고, 66%는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은 나 같은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고 답했다. 선거 내내 ‘기득권 정치인’ 이미지를 벗지 못한 클린턴보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트럼프를 응원하는 숨겨진 민심이 엿보인다. 미디어 칼럼니스트 마거릿 설리번은 <워싱턴 포스트>에 “결론적으로 굉장히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다른 것을 원하고, 이들이 이 사실을 목소리 높여 외쳤으나 대부분의 언론인은 귀를 막고 있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언론이 잘못 짚었다”고 꼬집었다.
황금비 김지은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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