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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2 22:14 수정 : 2016.11.22 22: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클럽하우스에서 보도진에게 손짓으로 인사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이 골프장에서 최근 입각 후보자들을 만나 면담했다. 베드민스터/AFP 연합뉴스

“취임 첫날 실행…양자 무역협정 추진”
개별국 협상 통해 ‘미국 우선’ 관철 뜻
한-미 FTA 재협상 등 영향 불가피

아베 “미국 빠진 TPP 의미 없다”
중국 주축 RCEP 탄력 붙을 가능성
한국 등 16개국에다 페루 등도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참가 중단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티피피 참가 중심 국가로, 열성적으로 티피피 성사를 주력해온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미국을 뺀 티피피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1일 인터넷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무역 분야에서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 될 티피피에서 물러난다고 통보하겠다”며 “대신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되돌려줄 공정한 양자 무역협정을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뒤 직접 티피피 탈퇴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나의 의제는 ‘미국 우선’이라는 간결한 핵심 원칙에 바탕을 뒀다”고 말했다.

이밖에 트럼프는 에너지 산업 분야 규제 철폐, 각종 규제 완화, 미국인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한 비자 감독 강화 등을 6대 원칙으로 들었다.

티피피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아시아·태평양 12개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중국은 빠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티피피를 아시아 회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왔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도 이해가 일치했다. 하지만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해 이미 미국에서 티피피 추진은 사실상 어려웠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문지인 아르헨티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이 먼저 티피피 협정을 발표하자는 의견에 “(미국을 빼면) 근본적인 이익의 균형이 깨진다”고 말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도 트럼프의 티피피 참가 중단 계획에 “미국은 섬이 아니다. 세계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순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티피피에 대항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을 추진해온 중국은 무역 주도권을 쥘 기회를 얻었다. 아르셉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이 추진하는 또다른 다자간 자유무역협정(16개국)이다. 일본이 티피티에 집중하면서 아르셉은 중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변해왔다. 티피피에 중국이 빠졌다면, 아르셉에는 미국이 빠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중국 대표단은 20일 페루 리마에서 “페루와 칠레를 포함해 많은 (아펙) 회원국들이 아르셉 참가에 관심을 표했다”고 말해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가 티피피 대신 양자 무역협상을 거론한 것은 미국이 앞으로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 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나간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포함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환율 관련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미 상무부는 한국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조기원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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