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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30 16:17 수정 : 2016.11.30 22:05

재무·상무자관에 월가 출신들 임명
규제기관서 일할 사람 조언 얻기도

월가, 트럼프 당선에 발빠르게 적응
새로운 ‘탈규제’ 기대하는 분위기도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재무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므누신(오른쪽)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에 도착해 있다.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월가의 유착 관계를 비판하며 ‘워싱턴의 오물을 빼겠다’고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급속히 월가와 가까워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29일 트럼프 당선자가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에 월가 출신의 스티븐 므누신(53)과 윌버 로스(78)를 각각 지명할 예정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재무장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므누신은 대표적인 월가 쪽 인물이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 일하다가, 2002년 자신의 헤지펀드 회사인 ‘듄 캐피널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선거자금 모금 등을 담당한 핵심 공신이지만, 정부 경력은 전혀 없다. 므누신이 재무장관에 오르면 조지 부시 행정부 때의 행크 폴슨,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로버트 루빈에 이어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3번째 재무장관이 된다.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상무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윌버 로스가 미국 맨해튼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에서 나온 뒤 기자들 앞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구호가 쓰인 모자를 쓰고 있다.뉴욕/AP 연합뉴스
상무장관 내정이 거의 확실한 로스도 1970년대 후반 글로벌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 입사한 금융인 출신이다. 로스는 24년간 이 회사에 재직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모투자펀드까지 운영하며 ‘기업사냥꾼’, ‘파산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한라그룹 등 주요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관여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트럼프 측근들이 월가 쪽 사람들을 만나 금융 규제기관에서 일할 사람들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이외에도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에 비우호적이었던 금융계 임원들과 로비스트들이 인수위원회와 취임식 행사에 필요한 수백만달러의 기금 형성을 도와주고 있다. 사모 투자자인 토마스 배럭은 대통령 취임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대선을 전후로 트럼프와 월가, 양쪽의 변신은 눈부시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선거 유세에서 “월가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월가가 우리에게 엄청난 문제를 가져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월가 임원들까지 광범위하게 만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 협회’ 회장인 데이비드 맥코믹은 공화당 경선에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했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뒤에도 전혀 선거자금을 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선 뒤 그를 기꺼이 만났다.

월가 쪽도 트럼프 당선에 빠르게 적응하며 환영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월가 대부분은 클린턴 쪽에 줄을 섰다. 증권 및 투자회사들이 클린턴에게 기부한 돈은 7800만달러 이상으로, 트럼프의 100배에 이른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과 의회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오히려 월가에선 새로운 ‘탈규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은 선거 때는 “트럼프가 핵가방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라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트럼프의 정책이 시장과 자산친화적”이라며 칭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유대는 트럼프가 (월가와)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진 워싱턴의 ‘오물을 빼겠다’는 유세 기간의 약속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는 초대 교통장관에 대만계 여성 정치인인 일레인 차오(63)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오는 부시 행정부에서 8년 간 노동장관을 지냈고,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으로 워싱턴 기성 정치권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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