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는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이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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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저지’ 동참 줄이어
“누구든지 감시당할 위험한 법”
이틀 동안 70여명 발언대 올라
온라인 반대 서명 25만건 넘어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안 직권상정에 맞선 시민들의 필리버스터가 24일 국회 밖과 온라인에서 피어났다.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명 건수도 폭증했다. 시작은 야당이 했다. 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연설로, 때로는 발랄한 공연과 응원으로 이어진 시민 필리버스터는 시민 스스로 토론하며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알아가는 또다른 정치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은수미 의원이 아직도 발언하고 있대요.” “버니 샌더스 의원 못지않네. 와, 대체 몇 시간째야.”
24일 정오, 테러방지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선 ‘3번 타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10시간 넘게 이어진다는 소식에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이크를 잡은 정민(39)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감시를 당할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내가 감시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만으로 우리 스스로 검열하게 되고 창조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요?”
오프라인에서의 움직임은 시민단체들로부터 시작됐다. 참여연대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전날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발언에 들어간 직후, 국회 밖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 발언대를 만들었다. 이날 밤까지 발언대에 오른 사람만 70여명.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일본의 반핵 활동가 반 히데유키가 과거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를 들며 국가정보원의 자의적 ‘테러위험인물’ 선정을 비판했다. 그는 “테러와는 전혀 관계없는 반핵 운동가마저 테러위험인물로 보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자의적 판단이 일반시민을 향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전 6시 첫차를 타고 경기도 여주에서 올라왔다는 청소년행동 여명의 장희도(19)씨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사생활을 캐낼 수 있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강조하는 만큼 사생활을 지켜주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인 밴드 ‘하늘소년’은 “필리버스터에 나선 시민들과 ‘필리버스킹’으로 연대하겠다”며 노래를 불렀다. 작은 앰프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자동차 소리와 보수 성향 단체들의 ‘테러방지법 촉구’ 기자회견 소리에 자주 묻히기도 했지만 발언과 노래, 기사 낭독 등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발언에 나서지 못한 시민들도 먹거리나 핫팩 등을 전하며 발언자들을 지원했다.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에 반대하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이틀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간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며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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