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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24 21:40 수정 : 2016.02.25 11:13

과녁 벗어난 테러방지법안

‘이통사 감청설비 설치 의무화’
여당, 관련법 개정 발의 단골
박대통령 법안처리 강력 의지
현실화땐 내국인 사찰 악용 우려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안이 처리되더라도 국가정보원이 당장 테러단체 조직원과 의심자에 대한 휴대전화 감청을 할 수는 없다. ‘감청 장비가 없다’는 것이 국정원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4일 책상을 내리칠 정도로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독려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에 비춰볼 때, 이동통신사에 휴대전화 감청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도 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국정원은 법원의 영장을 받으면 합법적으로 휴대전화 감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유선전화는 감청이 가능하지만 휴대전화는 관련 장비가 없다”고 말한다.

국정원은 휴대전화 불법감청 의혹이 불거진 1999년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신문광고를 냈다.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05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불법도청 사실이 드러나며, 정보기관이 자체적으로 장비를 개발해 휴대전화 도·감청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선 여론조작 사건으로 국정원 개혁 논의가 한창이던 2014년 1월과 지난해 6월, 이동통신사에 감청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이를 어기면 해마다 수십억원의 이행강제금까지 통신사에 부과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17·18대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기본권 침해 우려로 매번 수포로 돌아갔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오히려 ‘테러 공포’를 부풀리는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9대 국회가 어렵다면 20대 국회에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테러 의심자에 대한 감청 장비 확보는 곧바로 내국인을 상대로 한 스마트폰 감청을 현실화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감청 주체의 불법감청 의지가 없음은 물론이고, 감청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기술적 안전장치가 얼마나 충실한지, 국민적 의구심 해소와 신뢰 확보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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