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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5 21:50 수정 : 2016.04.16 14:28

규모 6.5의 지진이 강타한 일본 구마모토현 마시키에서 주민들이 15일(현지시간) 자위대가 제공하는 긴급 구호식량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구마모토현 AFP=연합뉴스

생존자들, 마을회관 앞 아스팔트서 밤새워
음식 실은 차 밤새 몰고 온 자원봉사자들

14일 밤 발생한 규모6.5의 강진으로 8명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한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동부의 마시키마치(益城町).

15일 오후 기자는 3만여명이 사는 마시키마치의 피난소 중 한 곳인 마을회관(공민관)에서 평생 가장 긴 밤을 보냈을 사람들과 마주했다.

5년전 동일본대지진때와 동급인 ‘진도 7’을 경험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얼이 빠진 얼굴에는 충격과 안도가 교차했다.

생사를 넘나든 급박한 순간을 넘긴 이곳의 50여명의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 주차장의 아스팔트 바닥에서 담요를 덮은 채 오지않는 잠을 청해야 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맞은 15일 오후 안도감 속에 딸을 무릎에 앉힌 채 의자에 앉아 조는 40대 가장의 모습,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답답함에 망연자실한 고령자들의 모습, 그럼에도 생기있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 교차했다.

생존자들은 전날의 급박했던 상황을 기자에게 힘겹게 회상해냈다.

자영업자 후지모토(40) 씨는 “정말 긴박했다”며 “일어서는 순간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먼저 아이 둘을 안고서 아내와 함께 집을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이야다(66) 씨는 “집 천장이 떨어져 내리는데…평생 경험못한 지진이었다”며 “여진이 조금 진정된 틈을 타 집에서 뛰어나와 이곳으로 왔다”고 전했다.

도미타(26) 씨는 “집 바닥이 옆으로 흔들리는데, 설 수도 없는 상태였다”며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휴대전화기조차 챙기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나와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나마 집 밖으로 나오고 나서 정전이 된 것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피난소에서 재해 대응에 강한 일본의 저력도 볼 수 있었다.

급한 대로 손 글씨로 써서 만든 완장을 찬 마시키마치 공무원들, 파견된 자위대원, 타지역에서 새벽에 차를 몰고 달려온 자원봉사대는 일사불란하게 피해자들을 도왔다.

이 지역에서 이번 지진 수준의 강진이 발생한 지는 100년도 넘었기에 공무원들은 대부분 피난소를 운영한 경험이 없었고, 자원 봉사자들과도 초면이었지만 피해자들이 밤을 보낼 장소를 찾고 음식을 조달하는 등 과정에서 오랜 동료처럼 자연스럽게 협업했다.

마시키마치 직원인 우치무라(48) 씨는 지진이 난 뒤 물만 마셔가며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각자 자기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모은 것은 자원봉사자의 존재였다.

자원봉사자 다나카 쇼지(田中昭次) 씨는 자기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임에도 새벽2시에 오이타(大分)현에서 출발, 밤새 차를 몰고 현장을 찾았다.

다나카 씨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싸들고 왔기에, 근처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음에도 피난민들이 따뜻한 카레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다나카 씨는 자신을 포함, 오이타현 방재사(士)회에 소속된 8명이 함께 달려왔다고 소개하면서, 한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즉각 그 정보가 전국의 방재사회에 전파돼 지원에 나서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 뿐”이라며 “내일 비가 온다는데, 빨리 이재민들이 밤을 보낼 수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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