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7 20:17
수정 : 2016.04.17 20:17
7.3 지진 강타 일 구마모토현
혼신의 구조…2명은 끝내 숨져
16일 규모 7.3의 강진이 구마모토현을 강타했을 때 도카이대 농학부 3학년 와시즈 도모유키(22)는 침대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흔들렸다고 느꼈을 때 전기가 끊겼다. 이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코 앞에 천장이 있었다”고 와시즈는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17일 전했다.
깨어난 와시즈는 무너진 천장에 끼어서 몸을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휴대전화로 부모님과 형 2명에게 유서를 썼다. “지금까지 고마웠습니다. 이제 무리일지도”라고 썼다. 그때 건물 밖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괜찮냐”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곧 구조대가 도착해 와시즈는 탈출했다. 와시즈가 갇혔던 곳은 도카이대 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무라에 있는 아파트였으며, 이날 와시즈를 포함해 대학생 12명이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매몰됐다.
같은 아파트에 있었던 19살 중국인 유학생은 지진이 잇따르자 무서워서 잠이 들지 못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집이 크게 흔들렸다고 느꼈을 때 마루가 갈라지고 천장이 내려앉았다. 다행히 고타쓰(난방장치가 달린 일본식 탁자)가 무너진 천장을 떠받치면서 틈이 생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은 구조된 뒤 “친구들도 빨리 구조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농학부 4학년 여학생(22)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천장이 무너졌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무너진 천장과 벽 사이에 몸이 끼어 일어날 수가 없었다. “(매몰된) 모든 사람들이 ‘힘내자’고 외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가 격려가 돼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3학년 미야모토 마키(20)도 잠을 자던 중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벽이 무너지면서 매몰됐다. 혼자 힘으로 헤쳐나오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3시간 쯤 뒤 지인이 전기톱을 들고 달려와 준 덕에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 살던 도카이대 학생 12명 중 2명은 목숨을 잃었다.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에서 100년 이상 된 집에서 살던 우치무라 무네하루(83)는 14일 규모 6.5의 지진에 집이 별로 부서지지 않자 대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16일 새벽 이보다 더 큰 규모 7.5의 강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했다. 손녀가 대피를 권했지만 우치무라는 14일 지진 뒤 “앞으로는 여진 뿐일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기상청조차 규모 6.5의 활단층형 지진 뒤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이어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이번 지진은 예상밖의 행로를 보였다.
일본 구마모토현은 현내 지진 사망자가 17일 오전까지 41명, 행방불명자는 11명이라고 밝혔다.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에 걸쳐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난자수는 19만명을 넘겼다.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1주일 정도까지는 추가 지진 발생 확률이 높으며 그동안 내린 비 때문에 지반도 약해져 토사 붕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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