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18 14:22
수정 : 2016.04.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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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두번의 강진이 강타한 구마모토현 오쓰마치 부근 도로. 지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아스팔트에 균열이 나 있다. 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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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구촌…일본·에콰도르 잇따른 강진에 불안감
‘불의 고리가 깨어났다’ 관측에, 과학자들 대답은 ‘노’
16일 규모 7.0을 넘는 지진이 잇따라 일본 구마모토와 에콰도르에서 일어났다. 일부 언론은 환태평양조산대의 지각활동이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며 ‘불의 고리가 깨어났다’ ‘대지진의 전조’라는 관측들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불의 고리’는 깨어난 것일까? <한겨레>가 국내 저명한 지질과학자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불의 고리’란?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 활동이 모여 있는 환태평양조산대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 지진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다. 활화산의 분포 모양이 원과 비슷해 ‘불의 고리’(ring of fire)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는 태평양 남서쪽 뉴질랜드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캄차카반도, 알류산 열도,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 포함돼 있다.
Q. 두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불의 고리’가 깨어났다, 대지진의 전조라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맞나요?
A. (이윤수) 아닙니다. 그 지역의 지각 활동은 항상 활발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서 지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를 집계한 결과, 이번 두 지진과 비슷한 규모 7.0~7.9 지진은 연평균 17차례 일어났습니다. 규모 8.0 이상의 강진은 한해 평균 1번, 규모 6.0~6.9 지진은 134번 발생했습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꾸준히 증가했거나 감소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A. (홍태경) 일단 불의 고리가 깨어났느냐고 물으면, ‘불의 고리’는 잠자던 적이 없기 때문에 틀린 얘기입니다. 이 지역은 본래 판과 판이 충돌하는 지역으로, 지진이 많은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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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질연구소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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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왜 이런 분석이 나올까요?
A. (이윤수) 현대사회 들어서 지진 빈도수가 좀더 많은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있습니다. 우선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지진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깔려, 더 많은 지진을 감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번째로 미디어와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지구촌 곳곳의 소식이 잘 전해지는 이유도 있습니다. 또 도시화로 인구밀집지역이 늘어남과 동시에 지진 피해가 커지는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으로 유발되는 지진이 늘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지하수 개발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암석을 파고 들어 발생하는 저류암 유발지진(RIS·Reservoir Induced Seismicity)이 상당히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것을 제외하면 예전보다 지진이 많아졌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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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본 도쿄 국회 의사당에서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다른 의원들과 함께 구마모토 지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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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태경) 초대형 지진 뒤 발생하는 여진의 빈도는 늘어났습니다. 이 지역에는 지난 2004년 12월 이후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6차례 연거푸 일어났습니다.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이후 수년간 여진이 발생합니다. 그 빈도가 늘어났습니다.
Q. 그래도 ‘불의 고리’에서 하루새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잇따라 일어난 것은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나요?
A. (이윤수) 두 지진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두 지진은 각기 다른 독립적인 판이 작용한 것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가지고 일어났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얼마든지 시기가 겹칠 수 있으며, 겹쳤다고 해서 과학적으로는 이상할 게 전혀 없습니다.
A. (홍태경) 두 지진은 메카니즘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연동이 안 됩니다. 또한 한 지진이 다른 지진을 유발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강력한 지진파가 지나가며 영향을 미쳐 작은 지진들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이번의 경우, 먼저 일어난 일본 지진(7.3)의 규모가 뒤에 일어난 에콰도르 지진(7.8)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규모 7.3의 지진이 7.8의 지진을 유발하기는 어렵습니다. 날 지진이 난 것이고 하필이면 같은 날이었던 것입니다.
A. <뉴욕타임스>도 두 지진은 서로 관련이 없다고 17일 보도했습니다. 두 지진은 약 1만4484㎞(900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는데, 어떤 연관이 있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는 것이었습니다.
Q. 그렇다면 두 지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이윤수) 우선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서남일본이 속한 유라시아판과 그 밑을 지나는 필리핀판, 필리핀판을 파고드는 태평양판 등 3개의 판이 관여한 지진입니다. 3개 판의 힘이 같이 작용하면서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마찰 때문에 수평으로 밀리면서 지진이 일어난 것입니다.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일어난 지진이라는 것입니다. 각 판의 힘은 계속 작용하기 때문에 판들이 ‘삐그덕’하면 여진이 일어납니다. 이에 비해 에콰도르 지진은 나스카판이 남미판 아래로 밀고 들어가며 진앙지를 들어올렸고 그 마찰 때문에 지각판들이 위아래로 ‘덜커덕’하며 일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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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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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태경) 두 지진은 메커니즘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지진은 판과 판의 경계부를 따라 발생한 게 아니며 충돌하는 판(필리핀판)은 이미 아래로 갔기 때문에 횡적인 압을 가해 주향이동단층을 만듭니다. 이것이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형태의 지진입니다.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거리에서 오는 압축력이 판 내부로 전달되면 이같은 수평이동단층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에콰도르 지진은 역단층 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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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새벽 규모 7.3의 2차 강진이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가운데 아소에 있는 아소신사 곳곳이 부서져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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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에콰도르 해안도시 만타에서 17일 무너진 건물 사이에 갇힌 생존자들을 구조대가 구출하고 있다. 만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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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말씀드리자면…
(이윤수) 이번 에콰도르 지진과 같이 판과 판이 위아래로 밀리는 역단층 지진이 바다에서 일어날 때는 동일본대지진처럼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구마모토 지진처럼 판들이 수평이동했을 경우는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5년 일본 남쪽 규큐 후쿠오카 북서쪽 앞바다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부산·목포·광주 등 남쪽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집에서 뛰쳐나올 정도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현해탄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었지만 주향이동단층 즉 판들이 수평이동했기 때문에 쓰나미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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