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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9 19:25 수정 : 2016.04.20 10:43

18일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에 있는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어린이들이 강진으로 대피한 주민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구마모토현/AP 연합뉴스

일본 연쇄지진

발 빠르게 사고 대응하는 일본

저녁식사 중 소식듣고 관저복귀
일본 국민에 투명하게 대책알려
누리집엔 지시·대응 구체적 공개
65%가 “지진 뒤 대응 적절했다”
일부선 특별지역 지정안해 비판
사망 47명·부상 1135명으로 집계

“방금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재해응급 대책에 전력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또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지난 14일 밤 9시26분, 일본 서부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26분’이었다. 일본 언론들이 매일 공개하는 ‘총리 동정’을 보면, 지진이 발생할 무렵 아베 총리는 도쿄 사루가쿠초의 프랑스 식당에서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조회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진 발생 보고를 받은 아베 총리는 즉각 △피해상황 신속 파악 △재해응급대책 전력 추진 △국민에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을 긴급 지시한 뒤, 9시52분 총리관저에 복귀한다.

그때 관저 앞에는 대지진 직후 아베 총리의 ‘일성’을 들으려는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아베 총리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방금 내린 지시 내용을 설명한 뒤 “지금까지 확보된 정보를 보고받겠다”며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 아베 총리는 이후 밤 11시20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고노 다로 방재담당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진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15일 0시34분 기자들 앞에서 두번째 인터뷰에 나선다. 아베 총리는 사고 이틀째인 15일 “16일 현지를 방문하겠다”고 밝혔지만, 16일 새벽 2차 지진이 또 발생하자 복구작업 차질을 우려해 현지 시찰을 미뤘다.

14일 시작된 구마모토 지진이 엿새째에 접어들면서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초동 대응이 적합했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일단 현재까지 정부 대응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니치신문>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지진에 대한 ‘정부와 관계 지자체의 대응’에 대해 65%가 “적절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견줘 “적절하지 않았다”는 13%에 그쳤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구마모토현이 요구한 ‘격심재해’(지정될 경우 해당 지역에 정부의 특별지원이 이뤄짐)의 지정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베 정부의 ‘늦장 대응’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재해 대응은 매우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아베 총리는 사고 직후부터 18일 현재까지 기자들 앞에 9번 나타나 정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 방침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총리가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발표여서 이를 들은 관료 조직과 공무원들이 한 방향을 향해 역량을 모으기 쉬워진다. 아베 총리는 재해 초기엔 행방불명자의 ‘구명’ 등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가, 16일 새벽 규모 7.3의 두번째 강진으로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자 ‘가설주택’ 등 9만여명에 이르는 피난민들의 주거 문제를 주로 언급하고 있다.

또 총리관저 누리집에는 ‘구마모토 지진에 대해’라는 특별 코너가 마련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아베 총리가 어떤 지시를 내렸고, 정부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를 보면, 아베 총리는 19일까지 대책본부 회의를 10번 주재했고, 아베 총리와 별도로 스가 관방장관은 19일 오전까지 지진 관련 기자회견을 13번 열었다.

총리가 국민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니, 정부 계획이나 발표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기도 한다. 아베 총리는 17일 오후 기자회견 때 “구마모토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식량이 바닥났다는 경제산업상 보고가 있었다. 식품업자 등을 수배해 오전 9시까지 15만명분의 식료품이 이미 도착했고, 오늘 안으로 70만명분의 식량을 전달할 예정이니 안심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도로 파손과 물류망 붕괴로 정부 계획대로 물자공급이 이뤄지지 못하자, 18일 구마모토현 각 피난소에선 “아베 총리가 말한 식량은 대체 어디 있냐”는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참사 때는 관저 기능이 붕괴돼 간 나오토 총리가 원전 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차’를 수배하는 전화를 직접 돌리기도 했다. 재해 대응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당시 민주당 정권은 이듬해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한편, 구마모토현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9일 3명이 늘어 47명, 부상자는 1135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소방·자위대 등 3만명이 행방불명자 수색·구조와 피난민 생활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아베 총리 기자회견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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