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탈북자 알바’ 동원한 보수단체의 돈줄과 배후 |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탈북자들에게 일당을 주고 각종 친정부 집회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그 돈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퇴직 경찰관 단체인 재향경우회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 돈으로 사람을 사서 만든 집회는 여론 조작의 명백한 폭력이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짓이다. 그 돈을 전경련이 댔다면 경제권력의 노골적인 정치개입이다.
보수단체들이 연일 벌이는 집회에 대해선 진작부터 의구심이 있었다. 세월호 유족들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집회부터 경제활성화법 제정 촉구 집회,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비판 집회 등 각종 시국현안마다 발빠르게 연 수백 차례의 집회는 하나같이 박근혜 정부, 특히 청와대의 입장을 대놓고 편드는 것이었다. 자발적인 참여라기엔 믿기지 않는 집회 내용이나 시기, 방식도 의문이었거니와 그 비용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예상대로 수상한 커넥션이 있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어버이연합의 집회 회계장부에는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102차례 연 세월호 반대 집회에 7618만원의 알바비를 들여 모두 3809명의 탈북자를 고용한 것으로 돼 있다. 엄마부대라는 단체도 탈북자들에게 돈을 주고 집회를 열었다는 증언이 있다. 돈의 출처도 나왔다. <제이티비시>(JTBC) 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보이는 계좌에 2014년 9월부터 넉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전경련 이름으로 1억2000만원이 입금됐다. 계좌에는 어버이연합 사무실 임대료 등이 나간 흔적이 있고, 탈북자단체에 2900만원이 송금된 기록도 있다. 동원된 탈북자들의 알바비로 보인다. 어버이연합은 계좌에 4000만원이 입금된 다음날인 9월6일 전경련이 강하게 요구하는 법안처리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인위적인 여론몰이의 명백한 정황이다.
돈줄이 드러났다면 그 배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동원해 연 집회는 대부분 그때그때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것이었다. 집회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보면 그 윗선이 어디인지도 드러날 터이다.
의혹의 음습한 실체가 확연해졌으니 검찰 수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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