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22 18:54
수정 : 2016.04.22 22:26
‘어버이연합 뒷돈’ 사흘째 모르쇠
배임·실명제법 위반 가능성
더민주, TF 꾸려 진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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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시민모임·안전사회시민연대·노년유니온·정의연대 등 1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전경련 해체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건물 앞에서 ‘관제 데모 지원한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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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벧엘선교복지재단 계좌를 통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에 1억20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다. 22일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의 우회적 자금지원을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정확한 자금 출처와 경위, 불법성 등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 유환익 홍보담당 상무는 22일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지원과 관련해 “처음에 밝힌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재단을 통해 지원받아 노인 무료급식 등에 썼다”며 사실상 전경련의 ‘우회 지원’을 인정했다. 하지만 유 상무는 “애초 그렇게 (긍정도 부정도 않기로) 결정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이 친정부·친기업 시위를 주도해온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돈을 지원한 것은 불법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전경련이 이사회 의결 등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돈을 지원했다면 회원사인 기업들에 부당하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선교재단 계좌가 사실상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드러난 가운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이날 <제이티비시>에 “전경련에 2014년 무료급식 지원을 받으려 공모 신청했는데 개인은 안 된다고 해서 사단법인으로 신청해서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선교재단 지원시 어버이연합의 존재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선교재단에 지원된 돈은 전경련의 사회공헌기금에서 사용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1일 전경련을 금융실명제 위반, 조세포탈,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전경련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극우·보수 성향 단체들과의 광범위한 뒷거래 사실을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또한 커지고 있다. 전경련이 돈을 보낸 선교복지재단의 계좌 내역은 2014년 9월2일부터 그해 12월20일까지의 거래 내역만 공개돼 있는데, 전경련의 자금이 처음 입금된 9월5일 이전에도 3800여만원의 잔액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이전부터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시장 개편 등 주요 정치사회적 현안에서 보수적 행보를 보여온 자유경제원에 매년 평균 20억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이춘석 의원을 위원장으로 ‘보수단체 불법자금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 티에프(TF)’를 구성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 활동에 나섰다.
이승준 곽정수 이세영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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