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유레카] 검은 커넥션 / 김종구 |
배우 진 해크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프렌치 커넥션>은 미국의 작가 로빈 무어가 쓴 같은 이름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프렌치 커넥션이라는 말은 193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존재했던 유럽과 미국 간의 헤로인 밀수 경로를 뜻한다. 당시 터키에서는 양귀비 재배가 합법적이었는데, 마피아들은 이 양귀비를 시칠리아로 몰래 들여와 헤로인으로 가공한 뒤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팔았다. 마약 공급원을 뒤쫓는 두 형사의 분투를 그린 이 영화는 197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르(R) 등급으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커넥션이 주로 마약 밀매를 둘러싼 범죄 조직의 연계를 지칭하는 것은 이 영어 단어가 속어로 ‘마약 거래상’ ‘불법 마약 밀매’를 뜻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피자 커넥션’은 피자 식당을 통해 헤로인을 유포하던 국제 마약조직 일당이 1984년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된 뒤 붙여진 이름이다. ‘차이니즈 커넥션’은 타이와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마약이 중국으로 밀매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소룡이 얼음 공장에서 일하다가 마약 밀매조직과 싸우는 영화 <당산대형>은 애초 영어 제목이 <차이니즈 커넥션>이었다. 그런데 영화 필름 운송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져 정작 미국에서 개봉될 때는 제목이 <분노의 주먹>으로 바뀌고, 대신 <정무문>이 <차이니즈 커넥션>이란 간판을 달고 상영된 일화도 있다.
어버이연합-전경련-국정원-청와대로 이어지는 ‘검은 커넥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관제시위를 일으키고 여론을 정부 입맛대로 조작하는 것은 ‘마약 거래’ 못지않은 위험한 범죄행위다. 이번 기회에 이 검은 커넥션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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