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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2 00:43 수정 : 2019.10.22 00:51

박경미 더민주 의원, 정책자료집 발간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 12곳,
국고보조금 전체의 36% 차지 불구
전입금은 2.9%… 다른 사립대는 4.1%
교육여건 투자에선 별 차이 없어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들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등록금과 가장 많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법인전입금 비율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혜택은 집중적으로 받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책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을 보면, 건국대·경희대·고려대·국민대·동국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등 12곳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우리나라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학부 등록금을 보면, 인문사회계열에선 경희대, 자연과학계열에선 한국외대·홍익대, 의학계열에선 건국대·동국대(분교) 등을 제외하고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의 등록금은 모두 전국 사립대 평균 수업료보다 비쌌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재정수입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의 등록금 수입은 2조9817억원으로, 사립대 전체 등록금 수입인 9조8450억원의 30.3%에 해당했다. 2013~2018년 사이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 등으로 다른 사립대에선 등록금 수입이 3904억원 줄었는데, 이들 대학에선 되레 735억원이 늘었다.

외부 수입에서도 ‘쏠림’ 현상이 컸다. 2018년 기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2조880억원을 국고보조금으로 받았는데, 이는 전체 사립대가 받은 국고보조금 5조7354억원 가운데 36.4%에 해당한다. 교육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제외하고도,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가 받은 국고보조금은 1조7206억원으로 전체의 46.5%에 해당했다. 이들 대학은 전체 기부금의 48.1%, 기업기부금의 55.8%, 산학협력수익의 49.5%를 가져갔다. 주요 외부 재원의 절반 정도를 12개 대학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재정수입 총액을 보면, 12개 사립대(8조7148억원)가 146개 사립대(24조6808억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이렇게 높은 등록금과 외부 재정 지원을 받는데도, 학교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경비인 법인전입금의 비율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가 다른 사립대에 견줘 되레 더 낮았다. 2017년까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의 법인전입금 비율이 더 높았는데, 2018년 2.9%로 다른 사립대(4.1%)보다 낮아졌다. 협력병원 등에 교원을 파견한 대가를 법인회계로 받아 교비회계로 넘겼던 관행이 2018년부터 금지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막상 교육여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가 84.8%, 다른 사립대학는 84%로 엇비슷했다. 의학계열을 제외하면, 다른 사립대(74.2%)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73.8%)보다 높다. 2018년 등록금수입 대비 교내 장학금의 비율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가 22.1%, 다른 사립대가 21.5%였다. 실험실습, 도서관, 강의 환경 개선 등에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2018년 재정지출 총액의 3.1%를 썼는데, 다른 사립대는 3.6%를 썼다. 다만 재정지출 규모 자체가 크다보니, 학생 1인당 교육여건 관련 지출액은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82만원)가 다른 사립대(59만원)보다 컸다.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 가운데 2018년 재정지출총액 대비 교육여건 관련 지출 비율이 3% 미만인 대학은 경희대·고려대·동국대·연세대·한국외대 등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갈무리

한편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해마다 토지·건물·구축물 등을 매입하고 건설하는데 돈(자산적지출)을 쓰고 있지만, 여기에 법인이 돈을 쓰는 자산전입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으로 자산적지출 대비 자산전입금 비율을 보면,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4.7%로 다른 사립대(13%)보다 훨씬 낮았다. 다른 사립대들에서 적립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반대로,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적립금을 늘려가고 있다. 2013~2018년 사이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의 적립금이 1422억원 증가하는 동안 다른 사립대들은 6306억원 줄었다.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의 적립금 재원을 보면, 35.5%가 기부금수입이었다. 누적 적립금이 가장 많은 사립대는 홍익대(7796억원)이었으며, 연세대(7659억원), 이화여대(6815억원), 고려대(390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누적 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21곳 대학 가운데 8곳이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였다.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 가운데 지난해까지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대학은 건국대, 국민대, 동국대 등 8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이내에 종합감사를 받은 대학은 한 곳도 없고, 2007년 한양대가 가장 최근에 종합감사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올해 ‘단 한 차례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 가운데 정원이 6000명 이상인 16곳 사립대를 우선 종합감사 대상으로 삼고,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대학 구조조정 여파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해 2013년 대비 2018년 학부 입학정원을 감축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는 학부 입학정원을 3.3% 줄였는데, 다른 사립대의 감축률은 9.6%, 국공립대의 감축률은 7.7%에 달한다.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 대부분이 정원을 거의 줄이지 않아도 되는 에이(A) 등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이들 학교들은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적극적인 규모 축소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자료집은 “서울 지역 대규모 대학들은 교육 및 연구의 질을 높여 세계 대학과 경쟁하기보다,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인 학벌주의에 기반한 몸집을 유지하며 등록금 수입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박경미 의원은 “저출산 시대에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교육혁신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 교육부와 대학 모두에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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