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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2 22:18 수정 : 2016.05.13 15:15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회사 다닐만 해요?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1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일자리는 축구로 말하자면,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뉘어 있다. 1부 리그는 월급 수준이 높고 승진과 고용안정이 보장되어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이다. 2부 리그는 월급 수준이 낮으며, 승진과 발전의 기회가 적고 미래가 불투명한 다수의 중소기업이다. 청년들은 ‘어디에 첫발을 내디디는가’에 따라 ‘2부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과 공공부문이라는 1부 리그에 들어가기 위한 입사 전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런데 청년들이 선망하는 1부 리그 일자리에 막상 취업을 해도 15~20%의 청년이 일자리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렵게 취업한 일자리를 1년 만에 그만두고 있다. 마땅히 할 일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불만은 있으나 직장에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대다수 중소기업에서는 일자리의 질을 따지기도 쉽지 않다.

왜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로 보이는 직장에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을까? 일하고 있는 곳의 일자리 질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자리의 질은 월급 수준, 승진 가능성이 주된 기준이었다. 남성 외벌이 모델, 장시간 노동 환경에서 일에 몰두하느라 자녀 돌봄과 교육, 가정은 뒷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일자리의 질은 단순히 월급 수준이나 승진 가능성만이 아니라 근무조건, 직무 만족, 고용안정성, 건강과 안전, 사내소통과 직장문화, 맞벌이 모델에 적합한 일·생활 균형 등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는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맞벌이가 대세로 굳어져가고 있다. 맞벌이가 가능하려면 남성도 가정 유지에 필요한 빨래, 청소, 밥짓기 등 가사노동, 자녀 돌봄과 교육, 양가 부모님 돌봄 등을 아내와 나눠 맡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연장근로를 밥 먹듯 하는 많은 직장에서 일하는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근무시간의 연장이라는 회식, 주말근무, 퇴근시간에 일감을 주는 것도 개혁해야 한다.

육아기에는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로로 전환하여 근무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여성의 경력단절과 일·가정 갈등에 따른 종종걸음이 줄어들 수 있고 여성 고용률을 높여서 경제적 남녀평등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장시간 노동을 단축하고 경영진과 관리직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래야 직장문화가 변하면서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이 잡힐 수 있다.

사회는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기업 경영진이나 관리자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조직과 기업의 리더 가운데 일부는 과거의 장시간, 상명하복의 직장문화와 행태를 미화하기까지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각 직장에서는 사원과 관리자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고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장이나 관리자의 인식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제는 월급 수준이나 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직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이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한다는 오만한 논리를 거두고, 일과 삶의 균형을 요구하는 시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의 활력, 열정, 창의력을 기업이나 조직의 경쟁력과 에너지로 전환하여 발전할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잘나가는 기업의 임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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