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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6 21:38 수정 : 2016.05.17 09:32

[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회사 다닐 만해요?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1부

(3) 한국지엠


전북 군산에 있는 한국지엠(GM) 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제조업종의 대기업 중 ‘일과 삶의 균형’ 면에서 직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 있다. 한국지엠(GM)이다. 한국지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진 대우자동차를 2001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가 인수해 이듬해 설립한 외국계 회사다. 현재 인천에 있는 본사와 인천 부평, 전북 군산, 경남 창원, 충남 보령 등 공장 4곳에서 직원 1만6490명(201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이 일하고 있다.

평균연봉 7909만원 ‘현대차의 81%’
“자유시간 많아 삶의 균형 최고”

■ 현대차보다 월급 낮지만 칼퇴근 한국지엠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7909만원이다. 이는 임원과 경영진의 급여가 포함된 수치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 나온 급여 총액 1조3041억6000만원을 직원 수 1만6490명으로 나눈 값이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 평균 연봉(9683만원)의 81.7% 수준이다.

이런 연봉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 직원들이 취업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에 자신의 직장을 지인에게 추천한 비율은 78%로 현대차(77%)와 엇비슷했다. 잡플래닛에 전·현직 직원 142명이 남긴 평가를 보면, 한국지엠은 ‘업무와 삶의 균형’ 부문에서 5점 만점에 4.41점을 받아 제조업 전체에서 두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직원들은 “칼퇴(정시 퇴근)가 가능하고, 추가 업무에 대한 부담이 적다”, “개인의 자유시간이 많아 삶의 균형 면에서 최고의 회사다”라는 평가를 남겼다. 한국지엠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대부분의 직원은 상사 눈치 보는 일 없이 5시에 퇴근을 한다고 한다. 142명이 남긴 평가에 대한 키워드 분석을 한 결과 장점과 관련된 키워드 중 ‘칼퇴근’(‘칼퇴’ 포함)이 24건 언급됐고, ‘퇴근’(‘칼퇴근’ 제외)도 22건 언급됐다. 142명 중 32.6%가 ‘자유로운 퇴근’을 지엠의 강점으로 꼽은 것이다. 또 업무와 부서에 따라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하루 법정근로시간만 지키면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생각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여성임원-전체 여성직원 비율 비슷

■ 외국계 기업, 눈치 덜 보는 분위기 노동시간이 많기로 유명한 국내 제조업계에서 ‘자유로운 칼퇴근’이 가능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직원들이 남긴 또 다른 평가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둘째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다. 이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지엠의 기업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잡플래닛 평가에서 장점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일 키워드는 ‘업무’(46건)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업무 환경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 구성”, “업무 프로세스와 백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있어 일하기 편함”, “업무 자율성 보장”, “적정한 업무량” 등의 평가가 나왔다. 또 ‘자유’(37건)와 ‘분위기’(30건)도 상위에 올라온 키워드다.

직원들은 “윗사람 눈치를 많이 보지 않는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 큰 스트레스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음” 등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한국지엠은 ‘사내문화’ 부문에서도 3.79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지엠은 2005년부터 여성위원회를 발족해 여성에 대한 공정한 인사평가와 승진 및 능력개발 기회 제공, 남성 인력의 인식 변화를 통한 근무 환경 개선 등을 모색하고 있다. 한 직원은 “여성 인력을 일부러라도 키워주려는 분위기”라는 평가를 남겼다.

이런 현실은 실제 데이터로 입증된다. 2014년 한국지엠과 현대차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각각 4.96%와 4.68%로 엇비슷하다. 그러나 여성 임원 비율은 현대차가 0.74%로 크게 줄어든 반면 한국지엠은 4.80%로 전체 여성 임직원 비율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본사 글로벌정책 따라 비용 전가
작년 5994억 적자…5년째 희망퇴직

■ 반복되는 희망퇴직…불안한 고용 한국지엠이 외국계 기업의 장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초국적 자본인 지엠은 글로벌 경영 전략에 따라 생산물량을 조정하고, 가격을 책정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한다. 때로는 그에 따른 비용과 위험은 현지 법인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국지엠 직원들의 큰 고민거리는 고용 불안이다. 잡플래닛 평가에서 한국지엠 직원들은 “고용 불안으로 이직 고려”, “불안한 미래”라는 평가를 남겼고, “북미에서 하청업체 취급한다. 글로벌 정책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좌지우지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한국지엠은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강점이었던 소형차 생산 역량을 이어받아 지엠의 유럽 진출을 도왔고, 2014년까지 34종의 신차를 개발했다. 특히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스파크, 크루즈 등 한국지엠의 소형차는 지엠그룹 전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최근 지엠은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며 그 부담을 한국지엠에 지게 했다. 한국지엠은 높아진 내수시장 점유율(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994억원의 영업손실(총매출 11조9371억원)을 봤다.

한국지엠은 2001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정리해고를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세르지우 호샤 전 사장이 부임한 2012년 이후 거의 매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끊임없이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 사무직 111명, 2013년 22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2014년에는 318명(사무직 202명, 생산직 116명), 2015년에는 171명(사무직 19명, 생산직 152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제임스 김 사장 역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내부에서 우려의 시선이 크다. 이로 인해 잡플래닛의 직원 평가에서 ‘경영진에 대한 만족도’는 2.66점으로 현대차(3.12점)보다 낮았다.

급여·복지 만족도 상대적으로 낮아
건강관련 노사의결 아닌 협의 수준

■ 분배의 질 높지만 직원 안전엔 더 신경써야 잡플래닛 평가에서 직원들의 급여 및 복지 만족도는 3.36점으로 다른 분야 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고, 회사의 단점과 관련된 평가에서도 ‘연봉’ 또는 ‘급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38회) 언급됐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은 “매출 대비 급여(2014년 기준 10.1%)는 현대차(14.6%)보다 낮지만 영업손실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거나 적정한 수준이고, 근속연수가 높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 상승도 안정적으로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다만 “복리후생 제도가 현대차와 견줬을 때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성취감과 정신·신체의 안전 분야에서는 ‘보통’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현대차의 경우 노동자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노사가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반면, 한국지엠은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노동자의 건강은 노동자의 권리이자 사업주의 의무이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허승 임지선 기자 raison@hani.co.kr

주당 근로시간

주당 근로시간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한 총시간을 뜻한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에 연장근로 시간, 휴일근로 시간을 더하면 된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근로시간이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연장근로도 주당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사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하지만 비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우라면 근무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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