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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6 11:41 수정 : 2016.06.16 13:42

[더불어 행복한 세상]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회사 다닐 만해요? 2부 성취감-카카오


카카오 최강팀 ‘톡이모티콘파트’ 직원들과 함께한 일자리 질 분석

최근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국내 2000대 기업 직원 평균 보수’를 분석한 결과 최고 연봉 회사로 ‘카카오’를 꼽았다. 카카오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직원 1인당 연봉은 1억3240만원이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 당시 직원들에게 나눠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때문에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높은 연봉은 ‘카카오’란 직장을 설명하는 열쇳말이 됐다.

지난 5월10일 경기도 성남 카카오 판교사무소에서 ’한겨레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좌담회에 참여한 톡이모티콘파트 직원들이 함께 웃고 있다.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제는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으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창업 회사)의 대명사가 된 ‘카카오’에서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특히 지난 2년 동안 변화가 많았던 ‘카카오’의 내부 분위기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카카오는 2014년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였던 ‘다음’과 합병했고 이후 ‘다음카카오’ 시절을 거쳐 지난해 9월 ‘카카오’로 사명을 바꿨다.

카카오에서 ‘가장 신나게 일하는 최강팀’을 추천해달라는 <한겨레>의 요청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서비스를 기획·관리하는 ‘톡이모티콘파트’ 직원들을 소개했다. 디자인, 콘텐츠 제휴,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다양한 직군의 팀원 7명과 파트장이 참여한 좌담회는 지난 5월10일 카카오 판교 사무소 회의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평균연봉 1억3240만 국내최고지만
임원·기술직 적은 여성은 6897만원

‘국내 최고 연봉’의 실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2474명에 이르는 카카오 직원들은 제주도 본사와 경기도 판교 사무소에서 일한다. 합병 당시 다음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많은 직원들이 카카오에 남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9322억원, 영업이익은 886억원으로 네이버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1인당 임금과 교육훈련비는 네이버보다 높았다. 지난해 카카오가 급여로 지출한 총금액은 3121억원으로 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최고 수준인 1인당 1억3240만원의 연봉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누리고 있는 조건일까? 임원급과 특정 직군 일부 직원들의 높은 연봉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연봉이 높은 임원 직급과 기술직군이 많이 포함된 남성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7175만원으로 임원이 거의 없고 기술직군 비율이 낮은 여성 평균 연봉 6897만원의 3배에 달했다. 실제 카카오 전·현직 직원 190명이 ‘잡플래닛’에 남긴 연봉 정보를 보면 1억 이상을 받는 경우는 임원급 직원과 기술직군 부장급 직원뿐이었고 나머지는 3000만~8000만원 사이의 분포를 보였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네이버 직원들이 좀더 체감하고 있었다. 좌담에 참여했던 한 네이버 개발자는 “책임예산제를 도입해 성과를 낸 팀과 팀원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반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고르게 적용한다는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성과를 많이 냈는데도 연봉 오름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직원이 있었다.

올해 1~3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임지훈 대표이사, 김범수 이사회 의장, 강성 이사 등 등기이사 3명의 3개월치 평균 보수액은 8986만원이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은 “네이버와 견줘 카카오의 임금 구조가 글로벌 정보기술기업과 유사한 형태로 주식, 배당금, 성과급 등 변동 급여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위계에 눌리는 경우 없는
완전히 수평적 분위기서 소통

‘수평적 분위기’는 네이버·다음보다 더

7명의 직원들 중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입사한 직원, 카카오로 입사한 직원, 네이버에서 이직한 직원 등이 섞여 있었다. 파트장을 포함해 3명이 여성이었다. 직원들은 ‘수평적 분위기’에 대해서 카카오가 다음이나 네이버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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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이모티콘팀이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카카오 본사 카페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성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좌담에 참여한 직원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영어 이름이나 별칭을 소개했다.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의 별칭을 부르는 수평적 분위기의 카카오에서는 임지훈 대표이사도 ‘지미’라 불린다. 좌담에 모인 직원들의 나이는 31~37살, 근속 기간은 2~6년이었고, 직원들이 매긴 성취감 점수는 5점 만점에 4.29점이었다.

직원들이 꼽은 성취감의 원인은 ‘나의 작업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어서’, ‘해당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바로 눈으로 볼 수 있고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어서’,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내가 제안한 일을 실제로 할 수 있기 때문’ 등이었다. 회사의 장점으로는 수평적 분위기와 함께 누구나 모든 팀의 업무 현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정보 공개’ 시스템, 3년 근속에 ‘1개월 휴가+200만원 휴가비’를 주는 안식휴가제 등을 꼽았다.

앨리스: 저희는 이모티콘 서비스를 운영하며 각종 콘텐츠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팀이에요. 팀원들이 다들 굉장히 열정적이에요. 어떤 목표치가 있을 땐 확실히 달리고, 기본적으로는 되게 여유로운 편이죠. 이모티콘을 기획하는 일이 재밌고 피드백도 바로 오는데다 그게 즉각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다 보니 성취감이 높은 듯해요. 또 직급이 높은 사람도 그냥 친구 부르듯이 편하게 ‘하이디!’(파트장 별칭)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니까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브래디: 저는 네이버에서 카카오로 이직을 했고요. 막상 이직했을 때는 임금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괜찮게 올랐는데 작년에 너무 조금 올려줘서 불만입니다.(웃음) 카카오에서는 성과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올해의 인센티브는 이만큼이다, 이렇게 골고루 줘서 팀이 성과가 낮다고 해서 불리하지는 않아요.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이가 있어서 전 좀 늦게 출근하고 퇴근은 8시 정도에 하려고 합니다.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어서 파트장이랑 상의한 뒤 일정 공유를 하는 방식으로 출퇴근을 해요. 휴가 같은 일정 공유는 ‘톡’ 하면 되고요. 팀원끼리 나누는 ‘톡’이 엄청 웃겨서 저희 팀이 좀 병맛으로 소문이 났어요.

스테판: 저는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입사한 기획자예요. 회사 이름이 여러번 바뀌었는데 용케 살아남아서 일하고 있습니다.(웃음) 현재 일하고 있는 이 팀의 특징은 되게 밝다는 거예요. 다양한 표정의 이모티콘처럼, 엄청 밝아요. 업무시간에도 ‘톡’으로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데 정말 재밌어요.

인센티브 전체적으로 골고루 줘
성과 낮다고 불리하지는 않아

“팀원들과 톡 수다, 병맛 팀 소문났어요”

김희정 파트장(하이디): 우리 파트는 정말 1분 1초 단위로 ‘톡’을 보내는데 좋게 말하면 집단지성이 작동하고 나쁘게 말하면 잡담이 많아요. 이모티콘을 만들다 보니 각자 직접 제작한 ‘짤’(재밌는 이미지 컷)도 공유하곤 하는데요. 따로 돈 들여 복장까지 준비해 웃기는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팀원들도 있어요. 파트장 부임 초기에 ‘오전 집중타임에는 잡담을 하지 말자’고 했다가 모든 소통이 사라지는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잘못했다’고 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도 했죠.

앨리스: 일상이 ‘짤’이에요. 그렇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아이디어도 떠오르죠. 태양의 후예 이모티콘, 백세인생 이모티콘 등이 다 그런 과정에서 나왔어요. 개발자들 대부분이 보통은 혼자 일하고 내성적인 분들이 많은데 우리 팀 와서 많이 바뀌곤 해요.

왕: 저는 다음으로 입사했던 디자이너고요. 이전에 작은 에이전시에서 근무할 때에 비해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장비에 정말 만족해요. 최신 장비들을 매년 교체해주고 외부 세미나나 각종 교육도 요청만 하면 들을 수 있어요.

브래디: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일정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일했다면, 여기서는 도저히 그 일정을 맞출 수 없다 싶으면 소통해서 좀 미루고, 그런 결정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위에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우리끼리 의견이 맞는다면 일정을 미룰 수 있는 거죠. 다른 팀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쉽게 볼 수 있는 정보 공개 시스템도 좋아요. ‘아지트’라고 사내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 가면 다른 팀이 뭐 하는지, 어떻게 의사 결정을 했는지 다 볼 수 있어요.

하이디: 우리 회사는 ‘신뢰, 헌신, 충돌’이란 키워드를 중시해요. 구성원 모두가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히 논쟁하고 충돌하며 결론이 내려진 다음에는 모두가 한 방향으로 헌신하자는 원칙이에요.

카카오 ‘톡이모티콘파트’ 직원들은 당일에 갑자기 반차를 내는 ‘급반차’의 경우에도 부서 단체톡방을 통해 공유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다음에서 일할 때도 수평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했지만 카카오가 된 뒤에는 위계에 눌리는 경우가 없는 완전히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소통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정신과 신체의 안전’ 분야 전문가 위원인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정신노동을 하는 정보기술 사업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율성 없는 높은 노동강도와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라며 “카카오는 업무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창의적인 노동을 하며 수평적 조직체계와 문화에 최고점을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톱다운 방식 아냐
우리끼리 맞으면 일정도 미룰 수 있어

“집중근무하러 카페 갑시다!”

7명의 직원에게 물은 결과 전날 출근시간은 오전 9시30분~11시, 퇴근시간은 저녁 7~10시, 최근 주말 근무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합병 과정을 거쳤는데도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브래디: 지금 우리 파트와 예전에 속했던 파트의 문화 중 하나인데 가끔 오후에 집중이 안될 정도의 시간이 되면 누군가가 ‘집중근무하러 가자’고 하거든요. 그러면 컴퓨터를 들고 회사 근처 카페를 가요. 카페에서 오후까지 근무를 하고, 업무가 길어지면 여기서 마무리하고 퇴근을 하겠다고 하는 건데, 이런 문화가 좋아요. 바람도 쐬고, 집중도 더 잘되고요.

앨리스: 회식은 무리하게 안 하고, 하려면 좀 특색있게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상수동 카페에서 하우스파티 식으로 뮤지션을 불러서 공연도 하고 했어요. ‘루프탑’ 파티라고 옥상 공간에서 다 같이 춤추고 하기도 했죠. 영화를 보는 등 문화활동도 업무시간에 해요. 업무의 연장이기도 하니까요.

하이디: 본사가 제주라서 자발적으로 손들면 한두달 제주에 가서 일할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 회사에서 정말 1분 거리에 숙소를 잡아주죠. 요즘 저희의 고민은 이모티콘 스토어 안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에요. 또 이모티콘을 기획하다 보니 요즘 10대들이 뭘 하고 놀까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가져야 하죠. 그래서 더더욱 나이나 계급을 앞세우고 싶지 않아요.

합병과정서 고용불안 느낀적 없어
직장어린이집 수용인원 너무 적어

여성 임원 비율, 어린이집 확충 등 과제

‘잡플래닛’에 직원들이 적은 회사 단점의 주요 키워드는 합병, 성장, 사업 등 회사의 성장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았다. “너무 수평적이어서 강력한 리더십이 그리울 때가 있다”, “성과 평가와 인사 시스템 등 기업의 체계가 덜 잡힌 느낌”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판교 사무소의 복지시설 문제와 낮은 여성 임원 비율 등은 카카오가 풀어야 할 숙제다. 좌담에 참석한 직원 중 육아휴직을 1년 사용한 뒤 복귀한 직원의 경우 직장어린이집 경쟁에서 밀려 정원이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 본사에만 어린이집을 두던 카카오는 지난해 판교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 현재 89명을 수용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4.1년에 불과하고 대표이사까지 30대인 ‘젊은 기업’으로서는 너무 적은 수용인원이다. 카카오는 직장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하기로 결정해 오는 10월 정원을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5월10일 경기도 성남 카카오 판교사무소에서 직원들이 서로를 연결하는 계단식 광장이란 의미의 ’커넥팅 스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명진 기자

직원의 41%가 여성인데도 여성 임원이 거의 없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2014년 임지훈 대표 취임 당시 카카오 최고경영진 6명으로 구성된 ‘슈퍼데스크’는 전원 남성이었고 지난 5월까지 8명의 부문장 모두 남성이었다. 6월 임선영 포털부문총괄 부사장의 승진으로 부문장 9명 중 비로소 여성 임원이 한 명 포함됐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다음주에는 국내 병원들의 일자리 질을 분석합니다.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의 이메일 제보(goodjob@hani.co.kr)와 잡플래닛 평가 작성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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