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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2 10:18 수정 : 2016.07.22 11:20

[더불어 행복한 세상]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등기임원 평균임금, 근로자의 66배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아”

⑮ 삼성전자, 수리기사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임금을 주는 회사로 삼성전자가 꼽힌다. 그러나 삼성전자 제품을 설치하거나 수리해주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는 대기업과 하청업체 노동자 간 양극화 현상을 이 두 회사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통해 들여다봤다.

■ 권오현 대표 지난해 보수 150억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이사 4명의 보수 총액은 권오현 대표이사 149억5400만원 등 모두 266억2700만원에 달한다.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 등은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다.

권오현 대표이사가 한 해 동안 받은 임금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의 148배에 달한다. 임금 구성을 보면 급여보다 상여의 비중이 6배 정도 높다. 매달 받는 급여를 합산하면 20억8300만원이고 나머지 128억7100만원은 상여 성격이다.

우선 상여 48억3700만원은 설·추석 상여, 목표 인센티브, 성과 인센티브, 장기성과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설·추석 상여는 한 달 월급의 100%를 받는 것으로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다. 조직별 성과에 따라 월 급여의 200%까지 지급하는 목표 인센티브, 개인별 성과에 따른 성과 인센티브, 장기성과 인센티브 등을 통해 상여의 규모가 달라진다.

사업보고서는 권 대표에게 높은 상여를 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 201조, 영업이익 26조 달성에 기여했고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으로서 메모리 반도체 고용량화, 기술리더십 확보를 주도하고 디스플레이 사업 등의 영업이익을 대폭 개선하면서 이 부문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함. 또한 전반적인 아이티(IT)업계 수요 둔화, 미세공정의 한계를 창조적 혁신을 통해 돌파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보한 점을 감안했다.”

권 대표이사 임금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항목은 ‘기타 근로소득’으로 80억3400만원에 달한다. 사업보고서에서는 ‘기타 근로소득’이 이사회에서 결의한 ‘임원처우규정’에 따라 지급한 일회성 특별상여 및 복리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의 ‘임금의 질’ 전문가 위원인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은 “근로자 대 등기임원 평균임금은 66배로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다”며 “임금 안에서 인센티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삼성전자의 특성이 임원진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율 출퇴근이라는 외형 속에 근무시간 길고 개인생활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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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 1억100만원

지난해 말 등기이사 4명을 뺀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수는 9만6898명이다. 이 중 상무급 이상 미등기임원 수는 1087명이며 기간제 근로자는 1246명이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3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00만원이다.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된 급여 총액은 9조9595억원이다. 서재교 팀장은 “삼성전자 직원들의 임금이 높다 하지만 급여 총액이 매출액 대비 7.4%에 불과해 12~13% 수준인 현대자동차에 비해 분배의 질이 낮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과 높은 업무 강도도 임금의 질을 저하시킨다. 기업 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에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 2118명이 남긴 평가를 보면 전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5점이었는데 ‘업무와 삶의 균형’ 점수는 2.34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직원들이 적은 회사 단점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업무, 야근, 문화, 강도, 시간, 업무량, 주말, 경쟁, 성과 등이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시간 근무를 높은 보상이나 복지로 해결한다는 사고 속에 개인시간이 거의 없어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높은 업무강도와 빡빡한 일정에 업무 성과 달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또 “자율 출퇴근이라는 외형 속에 근무시간이 매우 길고 개인생활이나 가정은 뒷전이 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데이터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관리직 여성 비율은 2007년 5.3%에서 2014년 12.4%까지 상승했다. 사업보고서 기준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19.8%이며 여성 직원 평균 급여(7500만원)는 남성 직원 평균 급여(1억1000만원)의 68% 수준이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10.9년, 여성 8.5년이었다.

57%가 “삼성전자 제품 구입 결정 편리한 AS가 50%이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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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 1700만원 하청업체 수리기사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편리한 사후서비스(AS)’다. <한겨레>가 7월 7~19일 ‘전자제품 소비’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50명이 뽑은 ‘전자제품을 살 때 가장 중시하는 것’ 1위는 품질(65%)이었지만,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사후서비스’(36%)였다. 전제 응답자의 56.7%가 삼성전자 제품 구입을 결정할 때 ‘편리한 애프터서비스'가 미친 영향이 50% 이상이라고 밝혔고, 70% 이상이라는 응답도 25.3%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제품과 서비스(AS)를 하나로 인식하고 구매하지만, 노동과 임금 구조는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는 1998년에 서비스사업부를 ‘삼성전자서비스주식회사’로 분사했다. 99%의 지분을 삼성전자가 갖고 있고 임원도 대부분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국 187곳에 에이에스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 중 180곳의 운영은 별도의 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현재 100개 정도의 협력사가 180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결국 삼성전자 제품이 고장날 경우 구매자가 만나게 되는 수리기사는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다.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를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원 수는 1333명이고 지난해 매출액은 1조1880억원에 달한다. 하청업체에 소속된 각 센터의 수리기사는 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수리기사의 월급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성과급은 한 달에 60건 이상의 수리를 완료했을 때부터 지급되며 수리 건수와 난이도에 따라 세세한 지급 기준이 정해져 있다. 수리 요청이 몰리는 7~9월 ‘성수기'의 월급이 가장 높고 비수기에 월급이 적은 불안정한 구조다. 지난달 23일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도중 추락해 사망한 서울 성북센터 수리기사 진아무개(44)씨의 경우 그달에 164건의 수리를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되고 2014년 단체교섭에 나선 뒤 수리기사의 임금 형태는 둘로 나눠졌다. 여전히 야근과 주말근무에 시달리는 비조합원 수리기사와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조합원 수리기사다. 수리 건수가 월급 액수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800여명의 조합원 수리기사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조가입 5년차 수리기사 김씨
“겨울엔 야간에 피자 배달 일”

<한겨레>가 노조에 가입한 5년차 수리기사의 지난 1년치 급여 명세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서울의 한 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38)씨는 그가 지난 1년 사이 가장 많은 월급을 받은 달은 2015년 7월로 204만원(세전 227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월급이 200만원을 넘긴 달은 7월뿐이었다. 8월 170만7990원, 9월 141만1237원, 10월 139만3387원을 받았고 12월에도 140만3887원을 받았다. 김씨의 지난해 연 소득은 1700만원 수준이다.

지난 4월에는 139만6418원을 받았다. 세전 지급액 158만1710원의 상세 내역을 보면 기본급이 130만원, 외근활동지원비(유류비) 5만8800원, 식대 10만원, 시간외수당 10만2910원, 가족수당 2만원이 전부다. 하루종일 차를 몰고 수리에 나서도 완료된 수리 건수에 따라 유류비가 나오는 탓에 수리 접수 건수가 적거나 작업을 완료하지 못해 ‘미결’ 처리 건수가 많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는 현재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20분에 퇴근하며 주말근무는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는데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야간과 주말근무 수당 지급, 수리 건수 합산 등을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한 뒤 협력사 사장들이 아예 야근과 주말근무에서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 밤 9~10시까지 일해 힘들고 괴로웠던 대신 지금보다 높은 월급을 받았고, 현재는 자발적인 야근조차 배제당한 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쪽은 “수리기사들의 임금 문제는 협력사에서 알아서 할 뿐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만약 자녀가 있다면 이 월급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월급이 너무 적어 겨울에는 야간에 피자 배달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조가 조합원 수리기사를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693명 중 28%(193명)가 ‘가구 소득 200만원 이하’, 48%(335명)가 ‘가구 소득 200만원 이상 350만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63%(440명)가 기혼자였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하는 수리기사들의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성은 삼성전자 직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과거 삼성전자의 한 부분이었던 업무를 형식적으로 회사 밖으로 옮겼다 해도 글로벌 리딩 기업이라면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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