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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6 19:30 수정 : 2016.05.16 21:46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16일 오후 5월 항쟁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보훈처, 5·18기념식 제창 불허
사흘 전 청와대 회동 빛바래
2야 “박승춘 해임 촉구” 공조
새누리도 “유감…재고해 달라”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야당 및 5·18 관련 단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끈질기게 요구한 사안이 무산되면서, 박 대통령과 야당의 협력 정치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졌다. 두 야당은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 제출에 공조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고, 새누리당도 정부에 재고를 요청하는 등 정국이 또다시 ‘청와대발 경색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보훈처는 16일 오전 자료를 내어 “올해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 전원이 부르는 ‘제창’ 대신, 참석자가 노래를 불러도 되고 안 불러도 되는 종전의 ‘합창’ 방식을 유지한 것이다. 야당과 관련 단체들은 그동안 ‘5·18 정신’이 담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 함께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며 제창을 강하게 요구해왔고,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나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볼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견해도 재확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기념식에서 제창돼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부터 합창단이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만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야당은 이날 보훈처 결정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며 ‘청와대 회동 무효’를 선언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음달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박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청와대가 밝혀달라”고 비판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협치와 합치를 강조한 합의문을 찢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국가보훈처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뜻을 밝혔으나, 야당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에 관해선 “동참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최혜정 성연철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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