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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7 19:08 수정 : 2016.05.17 19:08

5·18 민주화운동이 서른여섯 돌을 맞았다. 민주주의를 향한 희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더욱 활짝 꽃피우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흘러간다. 5·18의 진실을 가리고 정신을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광주하고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라며 5·18 발포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우발적인 자위권 발동 차원”이라는 신군부의 주장은 거짓이며, 발포 명령이 신군부의 핵심실세-특전사-공수부대의 지휘계통을 통해 내려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증언으로 확인된 바다. 전 전 대통령이 설혹 직접 발포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해도 신군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수백 번이라도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는 사과는커녕 “어떤 대통령이 되려다 안 된 사람이 그런 모략을…”이라며 터무니없는 말로 발뺌했다.

전 전 대통령은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도 “광주에 내려가 뭘 하라고요”라고 반문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인터뷰 자리에는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씨 등 신군부의 핵심 관계자들도 배석했으나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말에 맞장구치기 바빴다. 가해자들이 사과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모습은 서른여섯 해가 흘렀어도 전혀 변함이 없다.

희생자들에 대한 능멸은 단지 전두환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희생자 유족과 유공자들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기념식 주인공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론분열’ 운운하지만, 야당들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노래의 제창에 찬성하고 있으니 국론도 완전히 통일돼 있다. 오직 반대하는 사람은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희생자 주검을 홍어에 비유하는 극소수 무리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보훈처는 이런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무리를 5·18 유족 및 유공자들과 동렬에 놓고 사고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오월 광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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