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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05 21:10 수정 : 2016.06.07 10:51

‘제6회 도시인문학 국제학술대회'가 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강남역 포스트잇’ 학계의 진단

여혐·테러시대 불안 등 주제로
도시인문학 국제학술대회 열려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결합
인종주의·혐오 등 적대적 흐름 낳아”

“계급분화와 신자유주의 조직이
이웃과 이방인에 불안·혐오 키워”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로비에는 지난 5월17일 서울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뒤 10번 출구에 나붙은 ‘애도 포스트잇’이 옮겨져 있다. 지금도 추모는 계속되는 셈이다. 포스트잇 문구들을 모은 책도 나왔다.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기획·채록, 나무연필 펴냄). 인세는 전국 도서관에 해당 책을 기증하는 데 쓰인다. 전자책은 무료로 배포된다.

정희진 여성학 강사는 책의 해제에서 “이번 일은 매우 전형적인 그리고 ‘순수한’ 여성혐오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냐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하다. 이 사건 관련 온라인 게시물 수십건에 대해 경찰이 ‘남녀갈등 조장’이란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과연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은 한국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걸까?

3일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와 여성문화이론연구소는 법학관에서 ‘도시적 감정의 양식: 여성혐오와 수치, 테러시대 도시의 불안’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150여명의 청중이 모여들었고 수십명이 복도에서 내용을 들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우에노 지즈코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반동적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정치엘리트를 향해야 할 분노가 더 쉬운 희생자를 찾아 여성에게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가 결합해 인종주의와 혐오 발언으로 점철된 적대성과 반동적 흐름을 만든다며 아베 총리를 “일본의 트럼프”라 비판했다.

토론에 나선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에서 국가는 통치의 정당성을 얻고자 뿌리 깊은 원초적 감정을 활용한다”며 우에노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신자유주의가 ‘성공한 여성’을 앞세워 성차별을 해방했다는 느낌과, 반대로 여성을 경제적 주변부로 몰아내는 ‘여성노예화’를 동시에 달성한다”고도 말했다. 성소수자나 여성을 도덕적으로 문제삼고, 젠더 정치를 복잡하게 전개하면서 청년 세대가 하나의 피해자로 연대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레나타 살레츨 미국 예시바대학 교수는 “계급 분화와 신자유주의의 조직이 우리 이웃이나 이방인들에 대한 불안을 유발하고, 그들에게 불안을 투사하게 되어 혐오 대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를 혐오한다는 말을 남기고 ‘이슬람국가’로 간 한국 청년을 언급하며 그는 “아이시스(ISIS,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는 신자유주의의 주변부 젊은이, 확실한 미래가 없는 청소년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형제애, 소속감, 폭력에서 오는 기쁨을 맛보도록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실을 왜곡하며 여러 역동을 낳는 불안, 혐오, 적대적 감정의 문제는 단지 경제적 문제로만 파악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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