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타 살레츨 미 예시바대 교수.사진 김성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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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 레나타 살레츨 미 예시바대 교수
학술대회 참석차 처음 한국을 찾은 레나타 살레츨 미국 예시바대학 교수는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다. 그는 법, 범죄학, 정신분석학을 결합한 연구를 주로 해왔으며 한국에서는 <불안들>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모두 후마니타스)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살레츨 교수를 4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불안과 페미니즘 논의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데 놀랐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 뒤 여성들이 익명으로 거리에 나와 희생자와 자신을 동일시한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 각자가 평소 가족 내 힘의 관계 또는 일터에서 압박, 협박, 굴욕감, 육체적인 공격을 받는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흑인 청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뒤 인종차별 저항행동이 촉발되었던 것처럼 이 사건은 하나의 방아쇠가 되었다. 내가 남자였더라도 여성들의 목소리에 조금은 움찔했을 것 같다. 물론 똑똑한 남자라면 그러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가부장제가 동아시아뿐만 아닌 전지구적 현상이라며 “가부장제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는 여성혐오주의자(미소지니스트)로서 성차별적 시각을 갖고 있고 이민자도 반대한다. 유럽에서도 모성을 찬양하는 한편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박적으로 강조한다.” 전통적인 ‘가족 판타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족 판타지’는 성립된 적이 없고, 결코 아름답지도 않다. 누군가 권력 또는 폭력으로 이를 유지했을 뿐이다.” 법을 오래 연구해온 살레츨 교수는 차별과 혐오 발언은 법·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를 축소·왜곡발언한 역사학자를 3년 동안 감옥에 보내기도 했다. 인종, 장애, 성,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혐오 발화는 특히 권력의 문제이고,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왕이나 대통령 같은 권력에 대한 비판을 금지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는 신자유주의적 주체들이 겪는 불안과 적대의 문제를 경제적인 불확실성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엄마와의 관계에도 사랑과 금기가 있듯, 사랑과 폭력은 동전의 양면이다. 환상, 욕망 등은 모두 섹슈얼리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문화가 변화하고 소통이 연루될 때 복잡한 문제가 생기므로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살레츨 교수는 평소 신자유주의가 개인에 몰두하게 만들어 ‘사회’에 대한 것을 잊어버리도록 한다고 비판해왔다. “내 불안은 내 책임이고, 직업을 잃는 것도 내 책임이라는 수치심도 존재한다. 불안과 죄책감을 느낀다면 사회도 비판할 수 없다. 개인적인 것을 넘어선 질문을 던져야 하며, ‘사회적 선택’을 해야 한다.” 한국 여성들에게도 그는 “여성이 가정폭력, 여성폭력, 인터넷 협박의 타깃이 되는데, 정치적이고 공적인 의견 표출을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남역 사건은 한국 사회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글 이유진 기자 ▶관련 기사 : 불안·혐오 뿌리에 ‘신자유주의’ 똬리▶관련 기사 : “난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건 강간문화의 생존자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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