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0 11:24
수정 : 2016.07.10 20:14
범행 이틀전 한 여성이 담배꽁초 던진게 계기
검찰 “조현병 치료중단 뒤 피해망상 커져…여성혐오범죄는 아니야”
온라인에선 ‘피의자 감형 반대 탄원’ 운동
검찰이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은 여성혐오에 따른 범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피의자 김아무개(33)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후균)는 지난 5월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재범 방지를 위해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도 함께 청구했다.
김씨는 5월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서초동의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처음 만난 ㄱ씨(22·여)를 흉기로 살해했다. 검찰은 조현병 환자인 김씨가 병원 치료를 중단한 뒤 피해망상과 환청을 동반한 분열증세가 더 악화한 것이 범행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09년 조현병 진단 뒤 총 6차례 이상 입원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검찰에서 지난해 8월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의 윗층에서 여자 발소리가 들렸다거나, ‘길에서 여자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는 등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올해 1월 정신병원에 퇴원한 뒤 약물복용을 중단하고 3월부터는 집에서 나와 빌딩 화장실과 계단 등에서 지내면서 증세는 갈수록 더 악화됐다. 특히 김씨는 사건 이틀 전 공터에서 한 여성이 그에게 담배꽁초를 던진 게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망상으로 인해 여성에 대해 반감과 공격성은 보였으나 여성에 대한 무차별 편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김씨의 메모, 휴대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여성을 혐오, 비하, 차별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지인 등 참고인들도 그가 여성혐오 발언을 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선 피의자 감형에 반대하는 탄원 운동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건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오아무개씨는 온라인에서 “가해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형량이 약해질 것 같다”며 가해자 엄벌을 위한 온라인 탄원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누리집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여성안전 범죄대책’은 정신질환자에 낙인을 찍거나 화장실 단속 등 급조된 정책만 나열했다”고 지적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 청원을 받고 있다.
서영지 박수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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