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신동빈(61) 회장이 20일 20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1967년 롯데그룹 창사 이래 총수가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롯데 비자금 의혹 수사팀은 이날 검사 2명씩으로 구성된 2개 조사팀을 투입해 신 회장의 횡령, 배임 등 주요 혐의별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해외 인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계열사로 떠넘기거나 알짜 자산을 다른 계열사로 헐값에 이전하는 등 2000억원 규모의 배임,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홈쇼핑업체 ‘러키파이’ 등 해외 부실기업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부당 지원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6월10일 롯데 본사와 신 회장의 사무실, 자택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그룹 수사는 이날 신 회장 조사를 끝으로 3개월 만에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검찰은 신 회장과 부친 신격호(94) 총괄회장, 형 신동주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57)씨 등 총수 일가를 모두 기소할 방침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10년간 400억원 이상 한국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미 지난 7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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