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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3 16:18 수정 : 2016.06.13 22:05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보유 총기
모방범죄에 유명해지고 싶은 심리 겹쳐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12일, 뉴욕에서 이를 규탄하는 철야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미국총기협회=죽음’(NRA=DEATH)이라는 종이판을 들고 총기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 참사가 발생하고 있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끊기지 않고 있다.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총기, 모방범죄 심리, 업체와 정치권의 결탁 등이 맞물린 탓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미 재무부 자료 등을 인용해, 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가 3억5700만정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인구(3억1700만명)보다 많은 숫자다. 특히 총기 보유 수는 1996년 2억4200만정에서 2000년엔 2억5900만정, 2009년엔 3억1000만정 등 갈수록 늘고 있다.

총기 보유가 많다 보니 총기 사건이 잦을 수밖에 없고, 총기 사건이 잦다 보니 총기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가 강해져 총기 보유가 또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총기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 수가 올해 3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남북전쟁(1861~1865) 당시 사망자 수를 웃돈다고 지적했다. 총기전문가로 미국총기협회(NRA) 종신회원인 마이크 웨이서 박사는 “남북전쟁 50개월간 실제 전투로 인한 사망자는 14만명”이라며 “이를 2011~2014년 총기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13만3149명으로 남북전쟁 기간과 같은 50개월로 환산하면 14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 앨라배마대학의 애덤 랭크퍼드 형사행정학과 부교수는 지난해 8월 미국사회학회 연례총회에서 미국 인구가 세계 전체의 5%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대형 총기 사건의 31%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랭크퍼드 교수는 1966~2012년 대형 총기 사건(4명 이상 살해)을 집계한 결과, 전세계에서 발생한 292건 가운데 미국에서만 90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학 공공보건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2011~2014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총격 사건은 64일에 한 번꼴로 발생해, 29년 전 200일에 한 번꼴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연구소는 대형 총기사건이 전염병처럼 번진다며, 이런 모방심리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쳐서라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비정상적 욕구와 연결된다고 전했다. 랭크퍼드 교수는 <시엔엔>(CNN) 방송에 “현재 미국 젊은 세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미국총기협회의 강력한 로비와 이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의회의 상호 결탁이 총기 규제를 더디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2년 12월14일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의 희생자를 낸 코네티컷주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 의회는 모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강력한 법안을 상정했지만, 총기협회의 로비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에 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총기 박람회나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총기를 사는 사람도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등의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취미 등으로 총기를 수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원조회를 면제해주는 등 여전히 구멍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올랜도 총기 난사의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29)도 지난 며칠에 걸쳐 ‘합법적으로’ 범행에 쓰일 총기를 구입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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