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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22 19:25 수정 : 2016.06.23 10:10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영남권 신공항 건설’ 김해공항 확장 어렵다는 정부 판단에서 시작
10년 동안 검토했으나 ‘불가’ 결론…이제와서 김해 신공항, 말장난에 불과

10년을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 가덕도나 경남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지금의 김해·대구·울산·포항·사천 등 영남권 공항은 폐쇄할 수 없게 된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해 신공항을 짓고도 정작 적자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김해공항의 수용 능력이 부족하면 이를 확충하는 방안을 찾는 게 먼저였다”며 “그동안 학계와 항공업계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신공항 결정 과정에서 가덕도와 밀양이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나리라 예상한 이는 사실상 없었다. 우선 현정부에서 촉발된 신공항 건설 논의는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정부의 판단에서 출발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21일 결과 발표가 나온 뒤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인데, 어떻게 김해공항 확장 방안이 해법으로 나올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도 해당 지자체들이 김해공항 확장은 처음부터 머릿속에 두고 있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이런 당혹감은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그간의 과정과 역사적 맥락을 알고 있는 이들의 공통된 느낌이기도 하다.

신공항 논의는 김해공항 안전 문제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직접적 계기는 2002년 4월 김해공항 북쪽에 있는 돗대산에서 발생한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였다. 정부는 당시 여러 검토를 거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주로를 연장할 수 있지만 산을 깎는 데만 25조원이 들어간다”며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7년 11월에도 “김해공항 확장은 군 시설 이전 문제뿐 아니라 장애물 제거로 인한 공사비용, 소음 문제로 부적합하다”는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김해공항 확장이 신공항 논의에서 아예 배제된 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다. 당시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했으나 소음·안전·비용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지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가덕도와 밀양 두 곳만을 놓고 최종 검토를 했고 결국 2011년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수차례의 검토 끝에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났던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신공항 건설’ 공약은 당연히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부산과 대구·경북이 국론분열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극한 대립을 이어온 것도 서로 상대지역에 공항을 빼앗길 수 없다는 경쟁심리가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에서 “(용역을 맡았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새로운 발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국내 연구기관이 신공항 입지 검토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무능했음을 자인하는 ‘제 얼굴에 침뱉기’나 다름없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가 납득할만한 해명거리를 찾지 못해 제3자의 등 뒤에 숨은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부산과 대구·경북은 이번 발표 직전까지도 김해공항 확장이 검토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제 와 김해공항 확장을 ‘김해 신공항’이라고 강변하는 게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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