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해외 취재 명목의 호화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29일 보직해임된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은 최근 사내 구성원들에게 “과분한 대접을 받기도 했으나 기자로서 부적절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혹을 실명 폭로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극단적 모럴 해저드 수준을 넘는 범죄행위”라며, 변호사법 위반과 배임수재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송 주필에 대한) 초호화판 접대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추측한다. 남 전 사장 연임 로비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고 했다. 변호사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송 주필이 남 전 사장 연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에게 직접 청탁 등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의혹은 아직 제기되지 않았다. 법조계 의견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보면 배임수재 혐의가 의심되지만 향응 액수 등은 따져봐야 한다”로 모아진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하는데, 대법원 판례는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 2014년 기업들로부터 우호적 기사를 기대하거나 부정적 기사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묵시적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기자들에게 배임수재죄를 인정한 바 있다. 조선일보 쪽은 “송 주필의 해외 출장 시기를 전후해 우호적 사설·칼럼이 지면에 실린 적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우호적 기사를 꼭 쓸 필요는 없다. 금품·향응을 받고 부정적 기사를 쓰지 않는 것도 배임수재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향응 액수에 대한 논란도 있다. 김 의원은 “송 주필이 2억원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8박9일짜리 여행 일정이 송 주필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를 위해 기획됐기 때문에 전체 여행경비 2억여원을 접대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만약 룸살롱 접대를 받았는데 양주를 두 잔밖에 안 마셨다면 그 두 잔만 향응을 받은 것이냐”고 했다.
하지만 수사·재판 실무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전체 비용을 접대자를 포함한 사람 수로 나누는 ‘엔(n)분의 1’ 방식이 적용된다. 이럴 경우 유럽 왕복 1등석 항공권 비용(1250만원), 숙박 비용 등을 포함해 수천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이 이런 내용을 잘 알면서도 일부러 액수를 부풀려 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남 전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언론 등에서 제기되는 의혹 등은 들여다 볼 것”이라며, 사실상 송 주필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혔다.
김남일 허재현 기자 namfic@hani.co.kr[디스팩트 시즌3#17_청와대vs조선일보 전면전으로 번진 대우조선 비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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