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편성에 간섭한 방송법 위반 혐의
최경환·윤상현도 선거법 위반 고발당해
‘친박 3인방’ 동시에 검찰 수사대상 돼
‘보수정당에서 선출된 첫 호남 대표’ 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던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김시곤 <한국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의 늑장 구조를 비판하는 9시뉴스 보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방송이 지금 해경을 밟아놓으면 어떻게 하냐”, “다른 걸로 대체를 하든지 녹음 좀 한 번 더 해달라”며 보도를 수정하라는 내용이 전국언론노조가 공개한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언론노조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각각 지난 5~6월, 이 의원을 방송법 위반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순천지역 시민단체들도 지난 4일 이 의원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방송법에서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며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으로 아직 처벌받은 사례는 없지만 대법원의 민사 사건 판례에서는 ‘방송편성’의 개념을 “방송되는 사항의 종류·내용·분량·시각·배열을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한국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걸로 대체를 하든지”, “말만 바꾸면 되니까”라며 뉴스를 수정하라고 압박한 이 대표의 발언은 방송법 위반 혐의가 짙다.
언론노조와 세월호특조위가 고발한 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에 배당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순천시민단체가 순천지청에 고발한 건은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병합될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특별법에서는 특조위의 고발 건을 검찰이 3개월 안에 수사해야 한다고 돼있다.
또 방송법 위반죄의 공소시효는 3년이므로 검찰은 늦어도 2017년 4월까지는 이 대표의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선을 8개월 앞둔 시점이다. 이 대표의 세월호 보도 통제는 박근혜 정권에서 확인된 대표적인 언론탄압 사례로 기록돼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는 큰 표차로 대표에 선출됐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친박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도 수사 대상이다. 최·윤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구를 옮기라고 종용하고 협박했다. “(다른 지역구로 옮기면 후보 될 수 있게) 우리가 도와드릴게”, “(다른 지역구에서)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는 그들의 육성이 녹음파일에 담겼다.
선거법에서는 “후보자로 선출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경선 후보자에게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또 경선 후보자를 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있다. 참여연대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고발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가 수사 중이다. 새누리당을 완벽하게 장악한 친박, 그 중에서 대통령과의 거리로 치면 세 손가락 안에 들, 친박 측근 3인방이 동시에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10일 당선 뒤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는 강석호 최고위원(비박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 “서둘지 말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압력을 가한 게 아니라) 호소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전당대회 유세 기간 내내 세월호 보도 통제 건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미 충분히 말씀을 드렸다”며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태규 김지훈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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