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22 04:59
수정 : 2017.05.22 10:50
넥슨, ‘우병우 처가 땅’ 알고 매입
문건 작성 전의 ‘우병우 직책’ 적시
검찰 “사실과 맞지않아” 덮어
넥슨 직원·부동산쪽 ‘입’에만 의존
우병우 처가땅 거래 의혹
새 정황 드러나 재수사 불가피
21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입수한 넥슨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땅 거래 의혹 사건 불기소결정서에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돈봉투 만찬’ 감찰이 ‘우병우 재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처가 땅 거래 의혹도 재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 간 부동산 거래에 우 전 수석과 진경준 전 검사장이 관여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이 거래에 관여한 넥슨 쪽 직원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의 ‘입’에만 의존했다. 넥슨 쪽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 부동산이 우병우 처가 소유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고, 부동산 관계자들도 ‘사위가 검사라는 말은 들었지만 우병우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진술을 토대로 ‘우 전 수석과 진 전 검사장이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넥슨은 지난해 7월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부동산 소유주나 소유주의 가족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계약 현장에서 계약서를 직접 검토한 사실이 확인되자 “다시 확인해보니 당시 우 수석이 장모와 함께 온 것은 맞다. 다만, 그가 우 수석인지는 몰랐다. 대한민국에 검사가 한두 명이냐”고 말을 바꿨다. 넥슨이 이런 태도를 검찰 수사에서도 계속 유지한 셈이다.
그러나 넥슨이 보고 받은 2010년 9월 작성된 ‘소유자 인적사항 정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입수하고 작성 관계자들의 진술까지 확보하고도 이전까지 넥슨 쪽 관계자들이 문건과 달리 거짓 진술한 이유를 캐지 않았다. 이 문건은 넥슨 직원으로 추정되는 임아무개 팀장이 “일본 은행에서 자금 차입 때 필요한 서류”라며 업무 관계자들에게 작성을 지시해 만들어졌다. 임 팀장은 이 문건을 건네받아 넥슨의 또다른 직원 황아무개씨 등에게 보냈다.
검찰은 ‘문서가 작성될 당시 우 전 수석은 문건에 적힌 금융조사2부장이 아니라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다. 당시 사실과 맞지 않는 점을 참작하면, 이 문서만으로 우 전 수석과 진 전 검사장이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은 대검 수사기획관 자리에 가기 전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었다. 새로 정황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고도 직전 직책이 적혀 있다는 이유로 더이상 조사를 하지 않은 셈이다.
부동산 업자들이 거짓말한 정황도 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문건 작성자들은 작성 경위에 대해 ‘인터넷에서 확인하거나 (우 전 처가 쪽 부동산업자) 김아무개씨에게 물어서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소유자의 딸이 4명이고 사위에 교수와 검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뿐 이름은 모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씨 역시 검찰에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한 부동산 업자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소유주의 사위가 검사인데 대구 부장검사이고, 사위가 오케이(OK)해야 매매가 성사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우 전 수석은 실제로 2004~2005년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지냈다. 그러나 검찰은 여기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찰이 무혐의 근거로 삼은 진술들이 객관적 물증과 어긋나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재수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등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상태다. 우 전 수석은 <조선일보>가 관련 의혹을 보도하자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아직 종결하지 않았다. 허재현 서영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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