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9 18:42
수정 : 2019.12.1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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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관.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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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관.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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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회계부정)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직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과 연관된 사안에 내려진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9일 이왕익 삼성전자 재무팀 부사장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국민적 관심사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증거를 인멸·은닉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꾸짖었다. 이들 임직원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문건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직접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 부사장이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 출신의 핵심 재무통인 점이나, ‘조직적·대대적’이란 재판부의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 그룹 전체의 현안과 얽힌 사안이다. 삼성 쪽은 재판에 앞서 분식회계 사건 재판 결과까지 지켜본 뒤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증거 인멸에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혐의 또한 더욱 짙어지게 됐다. 국내 1위 기업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부정행위로, 삼성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더욱이 이 사안은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엄중하다. 증거 인멸은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고, 분식회계는 곧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회계부정에 관한 검찰의 수사는 지난 8월 이후 다섯달째 제자리걸음 상태다. 재판부는 이날 “상당량의 자료가 확보돼 수개월간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회계부정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찰을 질타한 셈이며, 미심쩍은 이유로 검찰이 뜸만 들이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증폭시킨다. 검찰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증거 인멸은 물론, 이와 연결된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과 법원의 엄정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경영권 승계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돈의 힘으로 법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의 재발을 막는 길은 엄정한 단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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