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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한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로비 전광판에 원내 통신 장애 안내가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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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로 ‘통신 재난’…IT 대한민국의 ‘급소’ 드러나다
재난 문자 알림 정작 케이티 이용자들에겐 전달 안 돼
병원과 무인 경비 시스템까지 연결 끊기면서 불안감 폭증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위험사회’의 한 단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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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한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로비 전광판에 원내 통신 장애 안내가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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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가에 있는 지하통신구 통신관로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세계 최고 5G 기술력’을 표방했던 아이티(IT) 강국 대한민국의 ‘급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화재로 케이티(KT) 통신망이 망가지면서 모바일과 유선 인터넷, 아이피티브이(IPTV) 등을 쓰는 21만여 가구의 통신망 접속이 끊겼고, 이용자들은 말 그대로 ‘통신 암흑’ 상태를 겪어야 했다. 화재 현장 인근 경찰서의 112 통신 시스템과 병원 전산망, 무인경비 시스템도 한때 마비됐다. 카드 결제와 전화 주문 시스템이 끊기면서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도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초연결’된 도심에서 발생한 재난인데, 정작 정부 당국의 재난 안내 문자 서비스는 필요한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무력한 상황이 펼쳐졌다.
25일 서울 서대문소방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오전 11시13분께 서대문구 충정로의 케이티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광케이블에서 불이 나 소방과 경찰 등 모두 200여명의 인력과 장비 70여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불은 이날 밤 9시26분께 완전히 꺼졌다. 케이티는 통신 장애 대응 차원에서 구형 통신망인 3G망으로 이동전화망을 바꿨지만,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원활한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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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 아현지사 화재로 말미암아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등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협에 통신 장애로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사용 주의를 요청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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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소’ 드러낸 재난 문자…치안서비스도 ‘흔들’ 이번 화재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시스템은 ‘재난 안내 문자’ 서비스다.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중구, 용산구, 은평구 일대에 사는 케이티 통신망 이용자들은 한때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차단됐다. 24일 낮 12시5분께부터 연속해서 발송되기 시작한 서울시소방재난본부와 서대문구청 등의 ‘재난 안내 문자’는 통신 장애를 겪지 않은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 이용자들에겐 전달됐지만, 정작 케이티 이용자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케이티 이용자들은 24일 오후 늦게까지 통신대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직장인 박정인(23)씨는 “24일 온종일 동네에 머무르는 동안 재난 문자 알림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며 “케이티 가입자들은 다른 통신사 회원을 통해서만 재난 정보를 알 수 있으니 ‘가짜뉴스’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서대문 인근에 있는 경찰서의 112 통신 시스템 일부도 한때 마비됐다. 25일 경찰청 발표를 보면, 화재가 발생한 24일 오전 11시13분께부터 25일 오후 2시10분까지 용산경찰서의 경비전화와 일반전화, 112 통신 시스템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용산경찰서 112상황실 직원이 서울경찰청 112상황실로 파견돼 직접 무전으로 상황을 전파해야 했다. 서대문경찰서도 일반전화 연결이 끊겼고, 25일 아침 8시까지 112 통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마포경찰서도 경비전화와 일반전화 연결이 끊겼고, 남대문경찰서 중림파출소 역시 경비전화와 일반전화, 112 통신 시스템이 정지됐다. 현재로서는 해당 경찰서에 긴급한 범죄 신고나 구조 요청이 있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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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케이티(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화재 현장 일대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25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한 식당에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게시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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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전산망, 무인경비 시스템도 마비 병원에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산망이 멈추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응급 상황에서 케이티 전화기를 쓰는 의료진을 호출하지 못하면서, 원내 방송만으로 의료진을 찾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쪽은 “24일 하루 동안 인터넷 마비로 건강보험공단 시스템에 접속할 수가 없어 내원 환자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지연됐다”며 “25일 현재 인터넷은 복구됐지만, 일부 전화 연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경비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주말 내내 불안함에 떨었다는 소상공인들도 나왔다. 홍익대 인근 의류매장 매니저인 한선정(25)씨는 “케이티텔레캅 무인경비시스템을 이용하는데, 24일 종일 시시티브이(CCTV) 녹화와 지문인식 잠금장치가 작동되지 않다가 밤 9시가 넘어서야 정상화됐다”며 “옷을 파는 매장이다 보니 도난 문제를 시시티브이를 통해 해결하는데, 불안해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전화와 인터넷, 티브이까지 차단되면서 케이티 이용자들은 정보 공백 상태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사는 케이티 이용자 박아무개(42)씨는 “케이티를 통해 전화와 티브이, 인터넷을 모두 쓰는데 24일 하루 동안 세상과 완전히 차단됐다. 어떤 정보도 접할 수 없으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신촌동에 사는 천아무개(26)씨도 “24일 오전 11시께부터 전화, 문자, 인터넷이 아무것도 안 됐고 통신 장애로 편의점에서 물건도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씨는 서대문구를 벗어나기 전까지 ‘주파수 검색 중입니다. 긴급호출만 가능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 휴대전화 화면만 보고 있어야 했다.
■ 도심 번화가에 공중전화 이용자 줄 서기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신촌역 인근 번화가에서는 시민들이 공중전화라도 이용하려고 부스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말 만남을 위해 대략적인 장소와 시간만 정하고 인근에서 통화하기로 한 시민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카페와 식당, 쇼핑몰에서 카드 결제 시스템이 멈추면서 현금을 내거나 계좌이체를 통해 거래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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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내부에 있는 공중전화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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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스마트폰 환경에 맞춰진 생활 패턴 탓에 시민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불편까지 겪어야 했다.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김아무개(35)씨는 “오후 1시까지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예정된 행사에 갔어야 했는데, 스마트폰 지도 앱이 작동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며 “길을 헤매다 늦게 도착해 보니 에스케이텔레콤 이용자들만 제시간에 와 있었다”고 전했다.
배달대행 업체도 큰 불편을 겪었다.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의 용산지사 관계자는 “케이티를 쓰는 배달기사들은 아예 일을 못 하는 상황이다. 24일에는 20~30%의 기사들이 일을 못 하고 집에 들어갔다”며 “보통 주말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 가는데 하필 토요일에 사고가 나서 매출 타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장에서 전화주문을 아예 못 받으니까 기사 좀 연결해달라고 내 개인 전화로 계속 연락이 오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 “전형적인 위험사회의 한 단면 드러나” 이번 사고를 통해 한국 사회의 아이티 기술이 편의와 소비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 정작 시민의 생존과 생업에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는 매우 무력해진다는 점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거의 모든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의 저자 성상원씨는 “최악의 재난 상태를 상정하고 정부 기관과 통신사들이 필요한 연결망을 제공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난 대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가 개별 투자에만 집중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는 “디지털 사회에서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이 한순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었다”며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백업 등의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을 때 결과적으로 엄청난 마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위험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선담은 임재우 기자, 24시팀 종합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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