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강릉 펜션 사고로 숨진 이들의 주검이 안치된 강릉 고려병원 장례식장의 모습. 강릉/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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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참변’ 엄마의 편지
ㄱ군 숨지기 전 합격한 대학에서 “오늘이 등록 마감”
“매일 아이가 잠든 곳으로 가…엄마 걱정 말고 편히 쉬길”
지난 18일 발생한 강릉 펜션 가스누출 사고로 아들을 잃은 ㄱ군의 어머니는 24일 오전 ㄱ군이 숨지기 전 합격한 대학에서 등록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ㄱ군의 어머니는 지난 1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짐을 다 벗어 던지고 나비처럼 날아서 좋은 세상으로 날아가라’라는 편지글을 전한 바 있다.
ㄱ군의 어머니는 이날 <한겨레>에 연락을 해와 “오늘이 등록 마감인데 왜 등록을 안 하느냐고 연락이 왔어요.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던 아이인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자기의 꿈을 접고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했는데…”라며 울먹였다.
ㄱ군의 어머니는 매일 아이가 잠든 곳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매일 아이를 찾아가요. 아들에게 들릴 수만 있다면, 엄마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서 하늘로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너무 착한 아이여서 항상 ‘너는 내 아들이지만 천사 같다, 어떻게 이렇게 착한 아이가 왔을까’라고 말해왔는데 정말 천사가 되어서 가버렸어요.”
ㄱ군 어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망한) 세 아이가 다 예쁘고 착했다. 하늘에서는 엄마 걱정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장례식장을 찾아준 가족, 친구, 이웃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ㄱ군 어머니가 보낸 편지 전문
하늘나라로 먼저 간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아들아! 사랑한다. 이 세상에 엄마하고 인연이 되어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웠고 자랄 때도 한 번도 속 안 썩고 너의 재롱에 웃을 수 있어 감사했다.
이렇게 착하고 의리 있고 좋은 아들로 살다 가서 고맙다. 너의 웃음에 항상 행복했다. 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 짧은 인생인데 너의 빈자리는 아주 크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대학 합격 통보를 받고 또 한 번 너가 생각나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너가 가지 않았으면 오늘 대학 입학 등록을 할 수 있었는데. 엄마는 또 한 번 통곡을 하는구나. 아들아, 너는 가는 그 발길은 가볍더냐. 집안을 책임지는 게 그렇게 무겁더냐. 아들아, ‘엄마 저 너무 힘들어요’ 한 마디만 했다면 엄마가 너를 이해하고 짐을 덜어줄 텐데.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고 그저 항상 웃음을 주는 든든한 아들이었고 엄마를 여지껏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는데. 이제는 엄마는 누구하고 대화를 나눌까. 아들아! 아직도 꿈이기를 그리고 꿈이 영혼이 깨지 않기를….
엄마에게 이 세상 살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겠니? 엄마의 가슴에 불덩어리가 가슴을 치미는구나. 아들아 사랑한다. 엄마 꿈속에서 한 번 데이트할 수 있을까? 운전면허 따서 엄마 모시고 할머니 집에 가서 할머니랑 같이 여행가고 이태원에 가서 일본 라면 먹고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시켜준다고 약속해놓고 미련만 남기고 다시 올 수 없는 머나먼 여행을 혼자 가는구나.
그래도 너의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세 명의 친구랑 같이 손잡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해라. 엄마가 조금만 아프고, 또 누나와 아빠를 위해 사는 날까지 지킬게. 걱정 말고 편안히 쉬어 아들아! 사랑한다.
천사 같은 내 아들. 19살까지 기쁨만 주고 간 내 아들. 너가 있어서 삶의 기쁨을 맛보고 너가 있어 사는 게 힘이었다. 너가 있어 나에게 우주였다. 너가 있어 힘들지 않았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하늘로 간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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