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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3 21:14 수정 : 2019.03.17 14:58

해외 투자자 성 접대 의혹 등이 제기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가 정식 입건되면서 소속사인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가 주가 하락과 함께 소속 가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성매매 알선·불법 촬영물…
승리·정준영 스캔들 일파만파

이전에도 마약·음주·교통사고…
YG 그때마다 ‘꼬리 자르기식’ 수습

불법촬영 영상 남성들 생산·공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여성 몫
“성착취·유착비리 총체적 수사해야”

해외 투자자 성 접대 의혹 등이 제기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가 정식 입건되면서 소속사인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가 주가 하락과 함께 소속 가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사옥 모습. 연합뉴스
각각 성매매 알선과 동영상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에게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개인적 일탈도 문제지만, ‘성공한 아티스트’로 알려졌던 이들이 이처럼 심각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기획사 등 연예계의 안일한 풍토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정적 소재에 매달리는 대신, 불법 촬영의 심각성, 성상품화, 경찰과 연예계·업소의 유착 등 사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날 국외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한 정준영은 13일 새벽 소속사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고, 소속사는 이날 오전 “지난 1월 계약한 정준영과 계약 해지를 합의했다”고 전했다. 12일 은퇴를 선언한 승리의 소속사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도 이날 오후 승리와의 전속 계약 종료를 알렸다. 와이지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와이지가 뒤늦게 ‘꼬리 자르기’식 수습과 해명에 나섰지만,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기획사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와이지 소속 가수들은 그동안 유달리 마약, 음주 교통사고 등 여러 사건·사고를 일으켜왔는데 그때마다 와이지는 부인하거나 당사자를 감쌌고, 수사로 이어지더라도 입건유예·기소유예 등으로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와이지는 소속 가수 문제가 터질 때마다 방어만 해왔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의 유착,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이 일었지만 그런 관계를 통해 어느 정도 무마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소속 가수들은 ‘난 사고 쳐도 엄마가 다 빼준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계속 문제를 일으켜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와이지는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강경 대응했다. 연예인이야 발뺌할 수 있지만, 소속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냉철하게 대응했어야 했다. 와이지가 그동안 여러 위기를 잘 넘긴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다 곪아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포장에만 급급하던 방송사들도 ‘공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와 <미운 우리 새끼>(에스비에스) 제작진은 승리를 ‘성공한 사업가’로 내세우기에 급급했고, <한국방송>은 2016년 불법 촬영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준영을 불과 사건 서너달 만에 <해피선데이―1박2일>에 복귀시켰다.

연예기획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연예기획사는 이제 언론사보다 매출 규모나 사회적 지위, 영향력이 훨씬 더 높아졌다. 일이 터지면 계약 해지하고 발을 뺄 게 아니라 문제가 종결될 때까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기획사는 어린 아이돌 연습생에게 ‘유사 부모’와도 같다. 인권·젠더 감수성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관음증적 시선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 모순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는 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윤성옥 교수는 “경찰서와 유흥업계의 유착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데, 경찰의 문제가 연예인의 문제로 바뀌고, 조직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바뀌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산업 카르텔도 문제의 핵심이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12일 성명을 내어 “약물강간과 그것을 전리품처럼 소유하기 위해 찍는 불법 촬영 영상은 남성들 사이에서 생산·공유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여성의 몫”이라며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 성착취, 성매매 알선, 불법 촬영·유포, 경찰 유착 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총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정민 남지은 기자 박다해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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