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30)씨가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해 2016년 9월 입장 발표를 하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가수 정준영(30)씨가 2016년 2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도중 불법촬영한 영상이 담긴 휴대전화가 정씨의 변호사 사무실 금고에 2년7개월 동안 보관됐던 거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이 휴대전화를 압수하지도 않고, 불법촬영물을 확보하지도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해 부실수사 의혹을 받았다.
‘2016년 정준영 여자친구 성관계 불법촬영 부실수사’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성동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ㄱ(54) 경위를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동행사혐의로, 당시 정씨의 변호사였던 ㅇ(42)씨를 직무유기와 증거은닉 혐의 기소 의견을 담아 전날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ㄱ경위와 ㅇ씨가 공모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며 이들을 직무유기 공동정범으로 봤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6년 8월6일 피해자 ㄴ씨가 ‘성관계 도중 신체 일부를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정씨를 고소한 뒤 정씨와 소속사 관계자, 변호사 ㅇ씨 등은 ㅇ씨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이 회의를 통해 ‘정씨의 휴대전화 압수를 피하기 위해 ㅇ씨의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ㅇ씨가 같은달 17일 사설 포렌식업체에 정씨의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다가 돌려받은 다음 날부터 자신의 사무실 금고에 정씨의 휴대전화를 보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휴대전화는 지난 3월14일 정씨가 ‘승리 카톡방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경찰에 제출할 때까지 ㅇ씨의 사무실에 2년7개월 동안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초기화돼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변호사 ㅇ씨가 언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는지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ㅇ씨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부실수사가 ㄱ경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보면, ㄱ경위는 2016년 8월20일 정씨를 조사하면서 변호사 ㅇ씨에게 “(정씨 휴대전화를) 포렌식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차라리 휴대전화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하면 될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같은 날 ㄱ경위는 정씨가 휴대전화 복원을 맡긴 사설 포렌식업체에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 쪽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변호사 ㅇ씨는 ㄱ경위에게 “팀장님, 제가 사건 처리 쉽게 해드릴게요”라고 말하며 ㄱ경위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고, 이후 ㅇ씨는 ㄱ경위가 업체로부터 받지 못한 ‘데이터 복구 불가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 여기에는 “휴대전화가 망실돼 데이터 복원이 불가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경찰은 “당시 휴대전화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ㄱ경위는 “정씨 휴대전화 내 삭제된 자료에 대해 데이터 복구 중이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 데이터 복구가 확인되면 이를 임의제출 받아 추송한다(추가로 보낸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고, 2016년 8월23일 정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ㄱ경위는 이후 검찰에 정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자료를 추가로 넘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ㄱ경위는 당시 다른 사건들 때문에 바빴으며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 따로 추가로 넘길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정씨의 범죄 동영상을 확보해 영상이 유포됐는지 여부를 수사하지 못한 채 17일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ㄱ경위는 이 과정에서 공문서도 허위로 작성했다. 경찰의 설명을 보면, ㅇ씨가 업체에 포렌식을 요청하면서 적은 의뢰서 양식에는 ‘1~4시간 후 휴대폰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ㄱ경위는 이를 가리고 복사한 뒤 원본대조필 날인을 찍어 수사결과 보고서에 첨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경위가 20일 정씨 조사 이후 지휘라인인 여성청소년수사과장과 여성청소년수사계장에게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갔고 데이터 복구에 몇개월이 걸린다’고 보고한 뒤, 사건 송치를 하려고 ‘포렌식 의뢰서’를 받아보니 보고 내용과 달라 의뢰서를 허위로 작성해 수사기록에 첨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ㄱ경위가 이같이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해 송치한 이유에 대해 “ㄱ경위가 ‘기소 의견으로 처리했으니 부실한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ㄱ경위의 부실한 수사로 불법촬영물 유포 수사는 이뤄지지도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됐지만 경찰은 “ㄱ경위 개인의 태만에 의한 직무유기”라고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당시 지휘체계였던 계장·과장·서장이 직무유기 등에 공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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