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2 10:10
수정 : 2019.06.12 19:18
지난해 일선 물러났다가 한진칼 전무로 복귀
기업가치 훼손 장본인의 복귀…상속세 구하러?
KCGI 보도자료 내어 “이사회에 서한 보내겠다”
‘물컵 갑질’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0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하자,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책임 경영 원칙에 반한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조 전무의 복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한진칼 이사회에 과거 조 전무의 행동으로 발생한 계열사 주가 폭락 피해 등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와 조 전무의 급여·퇴직금 기준을 묻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케이씨지아이는 12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8년 4월 발생한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가 보도되고 6개월 동안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은 약 20% 폭락했다”며 “조 전무의 일탈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그룹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이로 인한 한진그룹 임직원의 사기저하와 그룹의 이미지 저하로 인한 손실은 숫자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짚었다.
특히 진에어의 피해가 컸다. 케이씨지아이는 “진에어는 미국 국적자인 조 전무(조 에밀리 리)의 불법 등기임원 문제로 인해 지난해 항공사업 면허 취소 위기까지 몰렸다”며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한 중국 운수권 추가 배분을 받지 못하는 등 지금까지도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조 전무의 무리한 경영 복귀는 상속세 납부 재원 만들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케이씨지아이는 “물컵 갑질 논란 뒤 조 전무는 아버지 고 조양호 회장에 의하여 한진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며 지난해 대한항공과 진에어로부터만 약 17억원의 보수와 퇴직금을 챙겼고, 정석기업에서는 ‘임원 업적금’까지 챙겼다”며 “이번에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케이씨지아이는 “이처럼 한진그룹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한 전력이 있는 조현민 전무가, 조 전무를 사퇴시킨 고 조양호 회장의 사망 후 불과 2개월만에 그룹에 복귀하는 것은 책임경영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조 전무의 경영복귀와 관련해 한진칼의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케이씨지아이는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전무는 신사업 개발 및 그룹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씨엠오(CMO·최고 마케팅 관리자) 역할을 맡는다고 하는데, 씨엠오 역할을 맡을 인재는 한진그룹 내외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며 “한진칼 이사들은 자신들이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주주들에 의해 선임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아직도 자신들의 임무는 게을리 하고 오로지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케이씨지아이는 한진칼 이사들을 상대로 조 전무의 행위로 발생한 진에어 등 한진칼 보유 계열회사의 주가 폭락 등 피해에 관해 어떠한 조처를 취할 것인지, 조 전무의 재선임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과 재선임을 결정하기까지 이사회의 역할, 한진칼에서 조 전무의 보수 및 퇴직금 지급 기준을 묻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보도자료를 내어 “조 전무의 임원 채용은 이사회 승인과 관련이 없다”며 “조 전무는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로, 조 전무 채용을 통해 그룹 주주 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주가 하락은 사실이 아니며, 또한 조 전무의 퇴직금 등은 주총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케이씨지아이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미래에셋대우에서 빌린 대출금을 연장하지 않고 더 금리가 낮은 다른 금융사 대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씨지아이 산하 투자목적회사들은 지난 3월과 4월 각 200억원씩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대출을 받은 바 있다. 각 대출 만기는 12일과 다음달 22일이다.
최하얀 신민정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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