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1 17:18
수정 : 2019.04.02 10:21
4·3 보궐선거 목전에 두고 연이은 악재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경합 중인 경남 창원에서 막판 변수가 돌출했다. 지난 3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일행의 축구장 선거유세 논란에 이어 1일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막말 논란까지 불거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월 당대표 경선에서 1·2위를 차지한 당의 ‘간판’들이 잇따라 논란의 주인공이 되자, 자칫 보궐선거판 전체가 흔들릴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 전 시장은 1일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의 창원성산 현장 집중유세에 나와 “상대방 후보인 정의당이 유세하는 것을 보니까 노회찬 정신이라는 걸 자주 얘기하는 거 같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자랑할 바는 못 되죠. 뭐 때문에 이 선거가 다시 열리느냐”라고 반문하면서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강력 반발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오 전 시장이 유세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망언을 쏟아냈다. 일베 등 극우세력들이 내뱉는 배설 수준의 인신공격과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합리적 보수라 불리던 오 전 시장도 망언이 일상화된 자유한국당 색에 푹 빠져 이성이 실종된 채 망언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며 “변호사 출신으로 사자명예훼손이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범죄의 무게를 본인이 잘 알고 있을 오 전 시장은 (자신의) 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보수표를 모으겠다며 고인에 대한 일말의 예의도 없이 명예 난도질에 혈안이 된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진보정치 1번지 창원 성산의 자부심에 테러를 가한 것이다. 창원 성산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확실하게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대표의 30일 ‘축구장 선거유세’ 논란도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회(위원장 김현태)는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2019 K리그 4라운드 경기 평가회의를 열고,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에프시(FC)-대구에프시 경기에서 발생한 자유한국당의 경기장 내 선거유세와 관련해 “규정을 위반해 경남FC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은 내부조사 절차를 거쳐 상벌위원회 회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기위원회에서 나온 ‘징계 필요’ 의견에 대해 지금까지 사무국이 상벌위로 사안을 회부하지 않은 적이 없어 경남FC는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5조(정치적 중립성 및 차별금지)에는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른 상벌규정 유형별 징계기준에는 ‘종교적 차별행위, 정치적 언동, 인종차별적 언동’ 등을 범한 클럽에 대해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이 규정돼 있다.
징계 위기에 놓인 경남FC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 후보 쪽에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도 자유한국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남FC는 “입장권 검표 과정에서 경기장 경호업체가 정당명·기호명·후보자명이 표기된 상의를 입고는 입장할 수 없다고 공지했으나, 유세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면서 상의를 벗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장에서 유세하는 모습을 보고, 경남FC 직원들이 달려가 ‘경기장 내에서는 선거 유세를 하면 안 된다’ ‘규정에 위반된 행동이다’라며 선거 유세를 만류했다. 이 과정에서 강 후보 쪽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강 후보 쪽은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선거 활동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경남FC는 “만일 구단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규정을 위반한 강 후보 쪽에서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선관위에 위 사안을 문의한 결과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 호소가 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선거법 위반은 없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규정의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한다’는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로 경남FC 관계자 및 축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는 한국당의 해명에 ‘꼼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어 “자유한국당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경이로울 뿐이다. 선관위는 ‘체육관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통상적인 해석을 내렸을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선관위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 역시 ‘반칙’이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맹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원철 정유경 최상원 기자, 김경무 선임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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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지난 30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때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경기장 안으로까지 들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9.3.31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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