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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3월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 때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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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_‘황교안 경기장 유세’ 파문으로 알아본 선거법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장소에서 유세 허용
유료 경기장은 ‘출입 제한’ 구역으로 간주”해 불허
한국당 “농구장 간 정의당은 선거운동 아니냐”지적에
선관위 “재발 방지 차원 협조 공문 정의당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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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명이 적힌 붉은 점퍼를 입고 3월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경기 때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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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축구 난입에, 축구팬이 성났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경남FC의 홈구장인 창원축구센터 내에서 선거유세를 펼치면서 경남FC가 중징계 위기에 처한 것이 4·3 보궐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프로축구의 경우 FIFA를 비롯해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이지만, 황 대표 쪽에서 강 후보 이름과 정당명이 새겨진 의류를 입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선거운동을 한 점은 현행 선거법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경기장 내 선거운동은 모두 선거법상 불법일까요? 다른 정당들도 지난 16일 같은 창원축구센터 경기장에서 무료 경기가 열렸을 때 선거유세를 한 사례 등이 거론되며, 마찬가지로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반박이 나오는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6일 무료 경기 때 선거유세는 선거법상 허용되는 항목입니다.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선거운동”만 허용한 선거법 규정 때문인데요, 알쏭달쏭하게만 느껴지는 관련 규정을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경기장’이 문제 아닌, “공개 장소” 여부가 ‘불법’ 관건
일단 황 대표 쪽 ‘경기장 내’ 유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선거법도 선거법이지만, 프로축구연맹의 지침을 어겼기 때문인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행위 금지는 프로축구계의 엄격한 불문율입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한일전 때 박정호 선수가 ‘독도는 우리땅’ 세리모니를 했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지를 받기도 했는데요.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자체 지침을 만들어, 기호·후보명·정당명 등을 노출하는 경기장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이 아니라, 이 지침을 어긴 경남FC가 징계를 받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렇다면 선거법으로만 따져보면, 경기장 내는 선거유세가 허용되는 장소일까요? 선거법에서는 도로, 시장, 광장, 점포나 대합실 등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포인트는 제한 없이 오갈 수 있는 “공개된 장소”냐는 것입니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유료 경기는 요금을 내지 않은 이들의 경기장 출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엔 경기장 내를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제80조(연설금지장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시설이나 장소에서는 제79조(公開場所에서의 演說ㆍ對談)의 연설ㆍ대담을 할 수 없다. <개정 2004. 3. 12., 2012. 1. 17.>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ㆍ시설. 다만, 공원ㆍ문화원ㆍ시장ㆍ운동장ㆍ주민회관ㆍ체육관ㆍ도로변ㆍ광장 또는 학교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선박ㆍ정기여객자동차ㆍ열차ㆍ전동차ㆍ항공기의 안과 그 터미널구내 및 지하철역구내
3. 병원ㆍ진료소ㆍ도서관ㆍ연구소 또는 시험소 기타 의료ㆍ연구시설
제106조(호별방문의 제한)
①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또는 선거기간중 입당의 권유를 위하여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
②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관혼상제의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와 도로ㆍ시장ㆍ점포ㆍ다방ㆍ대합실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③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의 통지를 위하여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 <개정 2004. 3. 12.>
반대로, 경기장에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경우라면 선거 유세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야5당이 모두 선거유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6일 창원FC의 경기가 그랬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어 (선거 유세가 가능한) 다수가 왕래하는 장소로 친다”며 “돈을 내지 않고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장소에서는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똑같은 축구장이라도, 유료 경기는 관람료로 인해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 결론적으로 유료 경기는 안되고, 무료 경기는 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 셈입니다.
관계자들 “선거 운동 해봤다면 알 일… 아쉬워”
프로축구연맹의 지침 위반이건, 선거법 위반이건 간에, 정당 관계자들은 “선거 운동을 몇번 해 봤다면 경기장 내 선거운동 금지는 모를 수가 없는 일”이라며 혀를 차고 있습니다. 한 다른 정당 관계자는 “정치 신인이거나 원외라는 핑계를 대기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현장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나 캠프 보좌진들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국당 관계자는 “프로축구연맹의 자체 금지 규정에 대해서는 모를 수도 있다”면서도, “마트 안이나 지하철 역사도 공개된 장소이므로 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지나가는 이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어 입구 등에서 유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정당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도 창원축구센터를 찾았지만, 경기장 밖에서만 선거운동을 하고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관위의 한국당 징계는 가장 가벼운 ‘공명선거 협조 공문’ 발송 수준에 그쳤습니다. 한국당은 경남도선관위로부터 “전화로 경기장 선거유세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선관위 쪽은 “경기장 밖을 말하는 줄 알았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경기장 안팎 여부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당, “농구 응원 정의당 내로남불” VS 정의당 “선거운동 안해…본질은 ‘민폐’”
한편 한국당은 정의당이 지난3월2일 프로 농구팀인 창원 LG 세이커스 홈구장인 창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공개된 점을 지목하며, “같은 유료 경기인데, 내로남불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영국 후보는 5번 기호가 적힌 머리띠를 한 ‘인증샷’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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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가 열린 창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기호5번이 적힌 머리띠를 하고 이정미 대표와 함께 경기장에 앉아 있다. 여 후보 쪽은 구단과 논의해 정당명이 적힌 점퍼와 어깨띠를 벗고 입장했으며, 머리띠는 인증샷을 위해 잠시 착용했을 뿐 곧바로 벗었다고 해명했다. 여영국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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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의당은 ‘경기장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며 해명하고 있습니다. LG세이커스 쪽과 논의를 마치고 입장했고, 경기장에 들어갈 때는 정당명이 적힌 점퍼와 어깨띠도 벗었다는 것입니다. 이정미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밖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경기장에 들어갈 때 어깨띠와 옷을 벗었다. 여영국 후보의 머리띠도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잠깐 쓴 것일 뿐”이라며 장내 유세를 펼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날 많은 관중들이 봤고, 구단 쪽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공명선거 협조 요청 공문을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여영국 후보에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증샷’만을 위해 머리띠를 잠깐 쓰고 벗었다면 크게 지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앞으로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공문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구단의 만류에도 정당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들어왔다는 한국당의 경우도 ‘협조 공문’ 발송 수준에 그친 만큼, 그 이상의 처벌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하태경 “스포츠 경기장 선거운동 금지 법안 발의할 것” )
또 “2일 농구장 응원은 공식선거운동기간(3월21일~) 전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예비 후보 자격으로 함께 동행한 사람에 한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며 “사전선거운동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의당은 도리어 “사건의 본질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경남FC에 민폐를 끼쳤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에 ‘역공’을 펼치는 상황입니다. 이 대표는 “축구협회 규정상 그런 (선거운동) 행위가 있었을 때 축구단에 징계를 내릴 수 있고 승점 마이너스 10점으로 경남FC가 2부 리그로 강등될 수도 있는 것인데, 농구 경기에는 전혀 그런 규정이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날 대한축구연맹 상벌위는 경남FC에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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