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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3 16:15 수정 : 2019.04.03 16:51

4·3 보궐선거날인 3일 오전 경남 통영시 광도면 죽림주민자치센터 민원실에 마련된 광도면 제6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결과 각 시나리오별 전문가·의원들의 전망

4·3 보궐선거날인 3일 오전 경남 통영시 광도면 죽림주민자치센터 민원실에 마련된 광도면 제6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성산과 경남 통영·고성에서 펼쳐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간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경남은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지역이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와 다수 기초단체장 등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등 ‘민심 역전’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투표함이 열리고 당선자가 확정되면 각 정당의 내부 역학관계와 여야의 정국 주도권의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1 대 1’이면 현상유지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의 특성상 3일 오후 11시쯤이면 당선자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추이나 각당의 판세 전망을 종합할 때 현재 가장 유력하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창원성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를 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통영고성에서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두 지역 모두 20대 총선에서 당선자를 냈던 정당이 가져가는 것이어서 ‘현상유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결과가 1대1로 나오면 정국구도는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통영·고성에서 자유한국당이 ‘압승’을 하느냐, ‘신승’을 하느냐를 가르는 ‘표차이’는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창원성산에서는 지고, 통영고성에서도 간신히 이기면 당내에서 내년 총선을 황교안 대표체제로 치러 승리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통영·고성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조차 내지못해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될 정도로 자유한국당 세가 강한 곳임에도, 자유한국당이 적은 표차로 어렵게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면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창원성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승리는 노회찬 의원의 유고로 해체된 정의당-민주평화당의 ‘제4 교섭단체’도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 교섭단체 구성이 현실화하면 교섭단체 3당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주도해온 국회의 역학관계도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재편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4개 당이 모여 의논하게 되면 그동안 바른미래당이 누렸던 캐스팅보트 지위가 약간 희석될 것이고, 잘하면 국회에서 ‘3(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와정의) 대 1(자유한국당)’ 구도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반대로 진보개혁 진영과 보수 진영 간에 ‘2(민주당·평화와정의) 대 2(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은 “선거제도 개편이나 보이지 않는 연정이 민주당과 새 교섭단체 사이에 이뤄질 수 있다. 진보개혁 진영이 이렇게 뭉치면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과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자유한국당 압승 땐 여권에 직격탄

통영·고성은 물론 창원성산에서마저 한국당이 승리하면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형준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2대0’으로 완승하게 되면 여권이 장관후보자 임명 등 국정운영의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곤 실장은 “그런 결과가 나오면 19대 총선 이전으로 경남 민심이 회귀한다는 게 명확해지는 것”이라며 “여권 전체에 쇄신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민주당의 한 의원도 “집권 2년도 아직 안됐는데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는 주장이 더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며 “타격은 민주당뿐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지역구 의석을 뺏긴 정의당에도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반드시 한국당에는 ‘득’이고, 민주당에는 ‘독’이 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형준 교수는 “황교안 대표의 친정체제가 강화되면서 친박들의 ‘줄서기’가 강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혁신에서 멀어지고, 혁신을 통한 보수 통합이 더뎌질 수 있어 내년 총선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정치 전문가도 “민주당이 완패할 경우, 당내 위기감이 커지고 쇄신 바람이 불면서 오히려 ‘자기혁신’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잘못을 했는데 회초리를 안 맞으면 나중에 곤장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작은 선거에서 바닥을 치고 쇄신의 길로 가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된다는 분석이다.


■ ‘2대0’ 한국당 완패 땐 선거제·개혁입법 탄력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창원성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승리하고 동시에 통영고성에서 양문석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엔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라는 게 일치된 분석이다. 윤태곤 실장은 “박근혜 심판론이 계속 되는 거라고 봐야한다”며 “아직 자유한국당이 친박 프레임에서 못 벗어났고 그에 대한 심판이라고 봐야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2대0 승리 땐 우리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게 되고 ‘여야 4당 연대’가 더욱 강화돼 선거제 개편안이나 개혁입법안의 신속안건 처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남 김미나 서영지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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