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3 23:22
수정 : 2019.04.04 07:16
반반, 외견상 무승부다.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한 정의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자신들의 지역구인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을 나란히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초미니 보선’의 결과가 앞으로의 정국에 끼칠 영향은 작지 않아 보인다. ‘피케이(PK)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선거였던 만큼, 여야 관계는 물론 총선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각 당의 내부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 정의당,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후보를 앞세워 ‘대리전’을 치른 더불어민주당은 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승리로 ‘체면치레는 했다’는 분위기다. 통영·고성 역시 ‘졌지만 잘 싸웠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통영·고성은 19대 총선 당시 이군현 새누리당 후보가 61.44%를 얻었고, 20대 총선에선 같은 후보가 무투표 당선될 만큼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험지라는 논리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우리 당이 후보도 못 냈던 지역이다. 19대 총선 득표율(18.2%)만 웃돌아도 나쁘지 않다고 봤는데 굉장히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인사 파동까지 겹친 악조건에서 치른 선거치고는 양호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한국방송>(KBS)이 3일 밤 10시20분께 ‘한국당 강기윤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할 정도로 한때 승부의 추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이정미 대표는 “한국당을 심판하고 정의당을 선택한 것은 ‘개혁’을 더욱 서두르라는 국민의 채찍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내에선 고 노회찬 의원의 명예회복과 진보의 교두보 탈환을 동시에 달성했다며 안도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내심 ‘2 대 0 압승’을 기대했던 자유한국당은 아쉬움을 달래는 분위기다. 창원성산은 민주-정의 단일후보와 격차를 줄이며 추격했고, 통영·고성에서도 ‘지역 회생’을 앞세운 집권여당 프리미엄에 맞서 텃밭을 지켜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추경호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창원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경제 실정에 대한 불만을 확인했고, 앞으로 강하게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 대치 국면은 계속될 듯 어느 한쪽으로 승패의 추가 기울지 않은 만큼, 2기 내각 인선 정국에서 시작된 여야 대치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할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의당이 노회찬 의원 유고로 잃었던 1석을 되찾아 민주평화당과 함께 제4교섭단체를 다시 꾸릴 수 있게 된 것은 작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야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한다면, 선거제도 개편과 개혁입법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교섭단체 4당 체제가 복원되면 바른미래당이 누렸던 캐스팅보터로서의 지위가 약화된다. 민주당 하기에 따라 ‘3 대 1’ 구도가 가능해 정국을 이끄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여야는 내부 정비를 거쳐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대선부터 지방선거 때까지 누렸던 압도적 우위는 유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을 테고, 자유한국당 역시 ‘정권 실패의 반사이익만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 이후 당 개혁과 인적 쇄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총선 정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지 변화도 관심거리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한국당은 일단 황교안 체제로 가겠지만, 경남에서 반문재인 정서가 확산된 상황에서 창원성산 승리를 놓쳤으니 ‘황교안 체제로 총선 승리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불가피하게 고개를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철 정유경 김미나 김규남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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