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9 08:11
수정 : 2019.08.0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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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4일 고성·속초 산불 발생 당시 숨진 박석전(70)씨의 사고 현장 모습. 인근 주택에서 날아와 박씨를 덮친 함석지붕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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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첨예한 법정 공방 예상…입증과 공소 유지 위해 보완 중"
피해 주민 "공개적이고 명확한 발표 없이는 피해조사 응할 수 없어"
지난 4월 4일 발생해 752억원의 재산 피해와 1천696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이 넉 달이 지났지만, 검경의 수사 결과발표가 한없이 늦어지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애초 지난 6월께 하기로 한 수사 결과 발표 약속을 이행하라며 강원지방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거나 수차례 항의 방문을 이어가고 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이 때문에 막대한 산림 피해와 삶의 터전을 잃은 산불 피해 주민들은 넉 달째 애만 태우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감식 결과를포함해 6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지난 6월 검찰에 보낸 뒤 현재까지 2∼3차례 보완 수사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산불이 난 지 128일, 한전 속초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행한 지 넉 달, 피의자 10여 명을 포함해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결론을 내지못한 셈이다.
앞서 경찰은 고성·속초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한전의 전신주 개폐기 유지·보수 업무와 관련해 과실 혐의가 드러난 10여 명을 피의자로 입건, 이 중 4∼5명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등 수사가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초 수사 기록을 검찰에 보낸 이후 수사의 속도는 피해 주민들의 애를 태울 만큼 더디다.
경찰은 "사건을 송치하기 전 단계에서 검찰이 2∼3차례 보완 수사를 지시해 이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도 한전의 과실 책임 등에 대한 입증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다 관련자 중 일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구속 만기 전까지 최장 30일(경찰 10일, 검찰 1·2차 총 20일) 이내에 재판에 넘겨야 하는데, 이 경우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어 검경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한전의 업무상 과실 책임을 둘러싼 첨예한 재판을 염두에 두고 수사 단계부터 신중히 처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재판에 넘기더라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첨예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며 "공소 사실을 유지해 유죄를 끌어내기 위해 신중히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근 논란을 빚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의식해 발표의 형식 등을 놓고 신중 모드로 접근하다 보면 다시 시일이 지연될 여지도 있다.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지난 6월 초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이미 저버린 상태"라며 "신중한 수사도 좋지만, 공개적이고 명확한수사 결과 발표 없이는 손해사정사의 피해조사도 받을 수 없는 피해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해 달라"고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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