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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8 20:16 수정 : 2019.05.28 20:33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문이 28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형법 113조 외교상 기밀누설죄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 규정

법조계 “일반적 내용 아닌 기밀로 봐야”
면책특권은 국회안 발언에 한정
강효상 SNS 게재는 범위 벗어나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문이 28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외교부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고발 방침을 밝히면서, “당연한 의정활동이었다”는 강 의원의 주장은 검찰과 법원으로부터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법적 쟁점은 △통화 내용이 ‘외교상 기밀’에 해당하는지 △고교 후배인 외교관으로부터 이를 얻어낸 과정을 ‘기밀 수집 또는 탐지’로 볼 수 있는지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한 내용 공개가 ‘기밀 누설’ 행위로 볼 수 있는지 △불법일 경우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지다.

형법(제113조)은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 ‘누설할 목적으로 외교상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자’도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 청와대는 통화 내용이 3급 비밀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기밀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외교기밀누설죄 판례 등이 드물기는 하지만, 강 의원이 공개한 내용은 ‘일반적 내용’이 아닌 ‘구체적 기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핵심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방일 후 방한을 요청했다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교섭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노출된 것으로 기밀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럴 경우 고교 후배인 외교관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정상 간 통화 내용을 확인하려 했던 강 의원의 행위는 기밀 수집·탐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수집·탐지 처벌 조항이 있다는 것은 외교기밀을 다른 공무상 기밀보다 더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만큼 (처벌을 면하는) 위법성 조각 사유 인정 폭이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사안이 충돌할 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기밀보호보다 상위에 있기 마련”이라며 “다만 기밀 수집·탐지 처벌 조항의 존재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강 의원은 통화 내용을 확인한 당일 곧바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다. 법조계에서는 기밀누설의 고의성은 ‘악의’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타인에게 유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본다. 따라서 검찰이 기밀누설로 판단할 경우 외교관과 강 의원은 공범관계로 묶여 기소된다. 다만 이때도 법원이 ‘누설의 공익성’을 얼마나 인정할지가 관건이다.

강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비록 불법 행위일지라도 면책특권이 적용돼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온라인 의정활동은 면책특권 바깥에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05년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던 고 노회찬 의원의 사례다. 당시 법원은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홈페이지에 불법으로 도청한 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두고 당시에도 논란이 거셌지만, 일단 법원은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구역으로 ‘국회’와 ‘온라인 공간’을 명확히 구분한 셈이다.

임재우 최우리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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