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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8 20:23 수정 : 2019.05.28 21:36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문이 28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문이 28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간부급 외교관과 이를 언론에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3급 비밀’ 유출 사건은 정치권뿐 아니라 외교부 안팎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강 의원에 대한 법적 책임과 별개로 국격 훼손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야당 의원 탄압” 프레임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보수층 내부에서도 비판이 큰 탓에 기밀 유출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기밀을 탐지하고 이를 왜곡해 정부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에 활용하는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해찬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강 의원을 겨냥해 “본인의 영달을 위해 한-미 정상의 신뢰를 훼손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며 “한국당이 강 의원을 비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이런 범죄행위가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1야당까지 관여한 행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위기를 맞은 강 의원은 해명과 반박에 나섰지만, 되레 유출 내용에 대한 설명과 유출 이유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자신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초청 사실에 대해 “(대통령 초청이) 상식이지 기밀인가”라고 주장했지만, 공개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왜곡된 한-미 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상식’이라고 표현한 내용을 다시 ‘왜곡된 한-미 외교의 실상’이라고 공격한 셈이다. 한국당도 “정부가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강 의원이 공개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이) ‘방한 요청’이 아닌 ‘방한 구걸’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김정재 원내대변인)이라고 옹호했다. 상식이라고 했던 ‘방한 요청’이 유독 강 의원을 비호할 때는 ‘방한 구걸’로 돌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 공격을 위해 정치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를 넘는 일’을 해놓고, 이를 자꾸 비호하려다 보니 말이 꼬이고 방어 논리도 엉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정상의 통화 내용 등을 강 의원에게 전한 ㄱ씨의 기밀 유출 행위가 “잘못”이라는 외교부 안팎의 평가는 비교적 일관된다.

<한겨레>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취재한 전·현직 외교관들은 “사건이 정치문제화됐다”거나 “실체보다 커졌다” 등 사안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면서도 한결같이 결론은 “잘못한 게 맞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열람 권한이 없는 ㄱ씨가 강 의원의 요청을 받고 해당 내용을 확인한 뒤 전한 것에 대한 평가다. 외교부가 이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ㄱ씨에 대한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외교의 핵심인 신뢰에 관한 문제로, 실제 공개된 내용뿐 아니라 공개될 수 있었던 내용의 잠재적 폭발력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읽힌다.

ㄱ씨가 이날 변호사를 통해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의 업무라고 생각했다”며 “국회의원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한 부분은 눈길을 끈다. 원칙적으로 대국회 업무도 외교관들이 수행하는 업무 가운데 일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교부 각 실·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현안에 대한 질의와 요청을 받고 응대하고 있다.

하지만 ㄱ씨의 경우 미국 의회 의원들을 상대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분석하고 그걸 바탕으로 미 행정부를 상대하는 대사관 ‘정무’ 담당자가 아니다. 강 의원과의 통화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외교관들의 일상적인 대국회 보고업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대국회 업무에 밝은 한 당국자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은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는 암묵적 양해가 있다”며 “일상적인 보고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아무리 국회에 비보도를 요청하고 설명을 간다고 해도 정치인에게 보고할 때는 공개될 것으로 생각하고 어느 선까지 공개가 되어도 될지 준비하고 보고한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외교관이 정치인에게 말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도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강 의원은 지난 3월 대정부질문 당시 “최근에 정의용 안보실장이 볼턴 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해서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ㄱ씨가 말해준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김규남 김지은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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