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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7 05:00 수정 : 2019.06.27 09:15

삼성 해고 노동자 프레라나 싱(27)이 지난달 25일 인도 델리 대법원 근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델리/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e@hani.co.kr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 ④ 유착
인도 노이다 노동자 성추행 고소 뒤 해고
통보 20분 만에 회사에서 쫓겨나

관할서 찾아가자
말 꺼내기 전에 “나가라” 협박

취재 요청 언론도 광고·후원 압박에
보도는 단 두 곳뿐

삼성, 해고 뒤 100만루피 손배소
프레라나, 1루피 맞소송

삼성 해고 노동자 프레라나 싱(27)이 지난달 25일 인도 델리 대법원 근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델리/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e@hani.co.kr
“삼성의 영향력은 오히려 해고당한 뒤에 더 잘 알게 됐어요. 경찰도, 언론도 모두 삼성 편이었죠.”

프레라나 싱(27)은 2017년 8월9일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연구개발센터에서 해고됐다. 갑작스러운 통보였지만 그리 놀라지 않았다. 프레라나는 “성추행 등 혐의로 관리자 3명을 고소한 뒤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보복은 각오하고 있었다”고 했다. 정말 놀라운 일들은 그 뒤에 벌어졌다.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갔던 경찰은 “당장 나가라”고 윽박질렀고, 관심을 보이던 언론은 “광고 문제가 있다”며 등을 돌렸다. 최후의 수단으로 프레라나는 삼성에 단돈 1루피(약 17원)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달 25일 인도 델리 대법원 근처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돈도, 복직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삼성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프레라나는 인터뷰 내내 ‘경찰’이란 단어를 언급하기를 꺼렸다. 해고 통보를 받은 날 그는 20분 만에 회사에서 쫓겨났다. 경비원이 “나가라”고 소리 지르며 그의 팔을 붙잡기도 했다고 한다. 프레라나는 동료 직원과 함께 관할서인 노이다 62구역 파출소를 찾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해고당할 때 당하더라도 제 발로 걸어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파출소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 파출소는 평소에 직원이 아무리 많아도 3~4명뿐이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10~15명 있었고, 모두 제가 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프레라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경찰은 프레라나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가라”고 소리쳤다. 보다 못한 프레라나가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자 경찰은 “촬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부숴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한 경감은 프레라나에게 ‘엠시비시’(MCBC)라고 비아냥거리며 그를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고 한다. ‘엠시비시’는 상대방의 어머니와 여자 형제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으로, 인도 여성에게는 가장 모욕적인 말 중 하나다. 프레라나는 “그곳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며 한참을 울먹였다. 결국 프레라나는 5분 만에 파출소에서 쫓겨났다.

인도 노이다의 62구역 파출소를 찾은 프레라나 싱에게 경찰이 촬영 중단을 요구하며 위협하고 있다. 프레라나 싱 제공

‘삼성’이라는 두 글자에 언론도 돌변했다. 해고 이후 프레라나와 그의 친구들은 온라인으로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해고 당일에는 프레라나가 경비원과 경찰의 대응을 페이스북에서 생중계했다. 이 영상은 몇 달 만에 조회 수 49만건을 기록할 만큼 관심을 모았다. 언론사 수십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프레라나 사건을 보도한 곳은 온라인 매체 두 군데뿐이었다. 프레라나는 “처음에는 기사화하겠다고 하던 기자도 나중에는 데스크가 안 된다고 했다며 미안하다고 하더라”며 “삼성에서 광고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프레라나 사건을 취재했던 아치트 굽타 <엔디티브이>(NDTV) 기자는 “프레라나 말이 맞다”며 “삼성은 큰 기업이고, 많은 언론사에 광고를 준다. 인도에는 삼성의 공식 후원을 받는 언론사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프레라나를 해고한 뒤 100만루피(약 17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프레라나의 페이스북 생중계 등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프레라나 쪽은 1루피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프레라나는 “나중에야 들은 얘기지만 나처럼 삼성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직원들이 많은데 아무도 제대로 문제 제기를 못 했다고 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최근 프레라나는 작은 승리를 거뒀다. 앞서 프레라나와 삼성은 서로가 낸 소송에 대해 각각 소 각하 신청을 했는데, 지난달 21일 법원이 프레라나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이 낸 소송은 각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소송을 중지하되, 프레라나가 낸 소송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프레라나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아직 이 사회에 ‘품격’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꼭 끝까지 싸워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델리/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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