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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7 05:00 수정 : 2019.07.22 22:49

더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에 보도에 대한 삼성 반박문 보니

삼성 이건 잘했다 ‘과도한 초과근로, 협력사 문제, 노조 불인정’
삼성 이건 틀렸다 ‘택트타임 단축, 노동자 죽음, 논점 흐리기’
삼성 이건 기대한다 ‘잘못 고친다면 사실 관계 그대로 보길...’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한겨레>의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 기획과 관련해 꽤 긴 분량의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6월18일부터 2일까지 5회에 걸쳐 삼성전자 글로벌 생산공장의 노동·인권 실태를 탐사보도한 바 있는데요. 삼성의 설명자료는 이에 대한 공개 반론의 성격을 지닙니다.

먼저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 관련 보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제목의 이번 설명자료에서 한겨레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과도한 초과근로와 협력사 노동안전 논란, 노조 활동 불인정 등은 삼성이 직접 언급한 ‘부족한 부분’ ‘잘못된 관행’의 구체적 사례입니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노력해 부족한 것이 있으면 개선하고, 잘못된 관행은 벗어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과 부실한 노동안전 관리 실태 등은 국내의 많은 노동자, 노동활동가가 십수년씩 싸워가며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삼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삼성은 몇몇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거나 “객관성과 균형된 시각이 반영됐는지 의문”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삼성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택트 타임 단축이 부품의 모듈화와 공정자동화 때문이다?

삼성은 ‘노동의 권리가 미약한 아시아에서 삼성의 얼굴은 더욱 가혹해졌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기사는 또 ‘택트 타임’을 삼성전자가 근로자를 쥐어짜는 소위 ‘노동의 삼성화’ 수단처럼 묘사했는데, 이 역시 기업이나 제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보도입니다.” 아울러 삼성은 (아시아 공장의) 조립 시간이 짧아진 이유가 “부품의 모듈화와 공정자동화 등으로 조립이 훨씬 간단해졌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생산성 극대화를 꾀하는 삼성 등 글로벌 기업이 모듈화와 자동화 등 ‘공정 개선’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삼성의 글로벌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한테 ‘혁신’은 종종 ‘고강도 노동’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한겨레는 아시아 공장 노동자 수십명을 취재하며 삼성의 공정 개선이 때로는 ‘전광판을 두어 숫자와 시각으로 실시간 압박하고, 뒤에 선 관리자는 고함을 질러 청각적 긴장감으로 신경줄을 곤두서게 하는 것’이란 점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삼성은 2013년 브라질에서 과도한 택트 타임 관리를 통해 초과근로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브라질 노동 검찰로부터 2억5천만헤알(약 12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브라질 삼성 공장에서 생산량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던 전광판이 사라진 건 그 이후였습니다. 언론을 상대로 ‘기업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삼성은 ‘노동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아쉽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대목입니다.

②한겨레 보도는 시민단체 협력을 받아 객관성이 떨어진다?

삼성은 설명자료에서 “(한겨레는) 국내외 시민단체 활동가 등의 협력에 따라 전·현직 근로자를 심층 인터뷰 했다고 했다. 인터뷰 대상 선정에서 객관성과 균형된 시각이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소수의 주장을, 대표성을 지닌 사실로 일반화했다”고 했습니다.

삼성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노동자 섭외는 시민단체 도움 없이 무작위로 진행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출퇴근 시간대 공장 주변에서 삼성 사원증이나 유니폼을 착용한 노동자들에게 요청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 인도 견습공 월급 14만원…삼성 정규직 ‘희망고문’).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무작위로 보낸 인터뷰 요청에 응해준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협력을 받으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삼성의 논리는 그 자체로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한겨레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대표성이 있다’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무작위 설문이어서 통계적으로 대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삼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조사 내용을 소개한다”며 설문조사의 의미를 규정했습니다.

베트남 박닌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이 지난 5월14일 오후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닌/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③베트남에서 사망한 노동자 떰의 부검은 사망의 은폐와 상관없다?

삼성은 베트남 공장에서 사망한 르우티타인떰의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삼성전자와 경찰이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부검을 진행했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언가를 숨기고자 했다면 부검 자체를 진행하지 않았어야 했을 것”이란 게 삼성의 주장입니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떰의 유가족이 여전히 사망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유가족이 떰의 사망 당시 병원 쪽에 사망진단서 등 의학적 소견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습니다. 절차적 필요에 따라 부검을 했을 뿐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유가족한테는 그 내용이 왜 전달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④묵묵부답 일관하다 ‘논점 흐리기’ 나선 삼성

한겨레는 취재를 진행하며 삼성 인도 법인 본사를 찾아 삼성의 해명과 입장을 듣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문전박대 끝에 “당신들과 만나줄 사람은 없다”는 통보를 받고 쫓겨나듯 나왔습니다. 당시 삼성의 여러 임직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첫 보도 일주일 전인 지난 6월11일 한겨레는 전반적인 취재 내용을 삼성과 공유하고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삼성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반론해주면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거의 모든 취재 내용을 알 수 있도록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도 보냈습니다. 공장별 고용인원 등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14개 중 어떤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삼성은 이번 입장문을 통해 기사 그래픽에 나온 공장별 고용인원이 실제 숫자와 다르다며 “기사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인 사업장의 고용인원부터 틀렸다”고 했습니다. 삼성의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그래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인도 전체 고용 규모로 알려진 7만명을 노이다 고용 인원으로 표기하고, 6만명인 베트남 타이응우옌 고용 규모를 3천명으로 적는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리며 현재는 수정했음을 알립니다.

삼성은 입장문을 끝맺으며 “잘못은 고치고, 부족한 부분은 계속 노력해서 보완하겠다”고 했습니다. 잘못을 고치는 일은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삼성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춰 나가는 첫 단추를 무사히 끼우기를 기대합니다.

이재연 김완 옥기원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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