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에 보도에 대한 삼성 반박문 보니
삼성 이건 잘했다 ‘과도한 초과근로, 협력사 문제, 노조 불인정’
삼성 이건 틀렸다 ‘택트타임 단축, 노동자 죽음, 논점 흐리기’
삼성 이건 기대한다 ‘잘못 고친다면 사실 관계 그대로 보길...’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한겨레>의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 기획과 관련해 꽤 긴 분량의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6월18일부터 2일까지 5회에 걸쳐 삼성전자 글로벌 생산공장의 노동·인권 실태를 탐사보도한 바 있는데요. 삼성의 설명자료는 이에 대한 공개 반론의 성격을 지닙니다.
먼저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 관련 보도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제목의 이번 설명자료에서 한겨레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과도한 초과근로와 협력사 노동안전 논란, 노조 활동 불인정 등은 삼성이 직접 언급한 ‘부족한 부분’ ‘잘못된 관행’의 구체적 사례입니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노력해 부족한 것이 있으면 개선하고, 잘못된 관행은 벗어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과 부실한 노동안전 관리 실태 등은 국내의 많은 노동자, 노동활동가가 십수년씩 싸워가며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삼성 문제’이기도 합니다.
반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삼성은 몇몇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거나 “객관성과 균형된 시각이 반영됐는지 의문”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삼성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택트 타임 단축이 부품의 모듈화와 공정자동화 때문이다?
삼성은 ‘노동의 권리가 미약한 아시아에서 삼성의 얼굴은 더욱 가혹해졌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기사는 또 ‘택트 타임’을 삼성전자가 근로자를 쥐어짜는 소위 ‘노동의 삼성화’ 수단처럼 묘사했는데, 이 역시 기업이나 제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보도입니다.” 아울러 삼성은 (아시아 공장의) 조립 시간이 짧아진 이유가 “부품의 모듈화와 공정자동화 등으로 조립이 훨씬 간단해졌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생산성 극대화를 꾀하는 삼성 등 글로벌 기업이 모듈화와 자동화 등 ‘공정 개선’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삼성의 글로벌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한테 ‘혁신’은 종종 ‘고강도 노동’의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한겨레는 아시아 공장 노동자 수십명을 취재하며 삼성의 공정 개선이 때로는 ‘전광판을 두어 숫자와 시각으로 실시간 압박하고, 뒤에 선 관리자는 고함을 질러 청각적 긴장감으로 신경줄을 곤두서게 하는 것’이란 점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삼성은 2013년 브라질에서 과도한 택트 타임 관리를 통해 초과근로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브라질 노동 검찰로부터 2억5천만헤알(약 12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브라질 삼성 공장에서 생산량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던 전광판이 사라진 건 그 이후였습니다. 언론을 상대로 ‘기업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삼성은 ‘노동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아쉽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대목입니다.
②한겨레 보도는 시민단체 협력을 받아 객관성이 떨어진다?
삼성은 설명자료에서 “(한겨레는) 국내외 시민단체 활동가 등의 협력에 따라 전·현직 근로자를 심층 인터뷰 했다고 했다. 인터뷰 대상 선정에서 객관성과 균형된 시각이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소수의 주장을, 대표성을 지닌 사실로 일반화했다”고 했습니다.
삼성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노동자 섭외는 시민단체 도움 없이 무작위로 진행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출퇴근 시간대 공장 주변에서 삼성 사원증이나 유니폼을 착용한 노동자들에게 요청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 인도 견습공 월급 14만원…삼성 정규직 ‘희망고문’).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무작위로 보낸 인터뷰 요청에 응해준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협력을 받으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삼성의 논리는 그 자체로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한겨레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대표성이 있다’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무작위 설문이어서 통계적으로 대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삼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조사 내용을 소개한다”며 설문조사의 의미를 규정했습니다.
베트남 박닌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이 지난 5월14일 오후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닌/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
기사공유하기